“광주 한낮, 실내외를 누빈다”…더위 피해 명소 찾는 사람들
요즘 광주 도심에서는 실내외 명소를 오가며 더위를 잊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년 같으면 실내에 머무르던 무더운 여름, 이제는 가족·연인·친구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도시의 다양한 공간을 찾아 나서는 풍경이 일상이 됐다.
아침부터 한낮까지 35도에 육박하는 푹푹 찌는 날씨에도 국립광주과학관에는 아이 손을 잡은 부모와 청소년들이 북적인다. 과학관 천체관이나 로봇관, 쉽고 흥미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냉방 속에 준비돼 있어, ‘공부도 힐링처럼’ 즐기려는 가족 단위 방문객에겐 더없이 반가운 더위 피서처다. 시민 이모 씨(39)는 “실내는 시원하고, 아이가 두 시간 넘게 집중하며 놀 수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표현했다.

숲이 우거진 무각사와 월봉서원은 고요한 사색 공간으로 손꼽힌다. 도심 속 단정한 경내를 산책하거나, 고즈넉한 한옥 마당을 돌며 나무 그늘 아래 오래 머무는 이들이 많다. 익명의 20대 대학생은 “모임 대신 조용히 산책하고 싶어 찾는다”며 “햇볕 아래도 한결 시원해 마음까지 가라앉는다”고 느꼈다. 특히 월봉서원은 정원과 고택, 넓은 그늘이 조화를 이뤄 여름철 가족은 물론, 혼자 산책하려는 이에게도 인기다.
여름 야외를 온전히 즐기려는 가족들은 광주패밀리랜드로 향한다. 각종 놀이기구와 워터파크, 시원한 그늘 아래로 무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공간이 한데 어우러져, 아이와 함께 오랜 시간 머물기 좋다. “물놀이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를 보면 나도 어릴 적 생각에 웃음이 난다”며 한 시민은 기분 좋은 여름 근황을 고백한다.
도심을 벗어나지 않고도 오붓하게 힐링하고 싶다면 풍암저수지는 산책과 사진 명소로 제격이다. 연못 위로 펼쳐지는 석양과 넓은 수변 데크, 자전거 도로가 있어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이들이 많다. “퇴근길에 잠깐 들러도, 하루가 달라진 기분”이라는 후기 글도 공감을 얻는다.
이런 변화는 대기질, 미세먼지 ‘좋음’ 상태와 맞물려 도심 속 야외 활동 선호에도 힘을 싣고 있다. 심리학자 최유진 씨는 “실내와 야외 명소를 적절히 섞는 여름 나들이 트렌드는 피로 회복은 물론, 가족 간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데 소중한 계기가 된다”며 “햇빛과 청정한 공기가 주는 긍정 효과도 생각보다 크다”고 조언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집 에어컨보다 도심 명소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여름이면 늘 가던 곳만 떠올렸는데, 오늘은 새로운 곳으로 떠나보고 싶다”는 얘기들이 SNS마다 이어진다.
사소하게 흘려보내던 여름날의 당연한 선택이, 이제는 도시에서 나만의 피서법을 찾는 기회로 자리 잡았다. 맑고 더운 하루, 가족·연인·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광주의 여름 명소들에서 누군가는 소박하지만 새로운 계절 감각을 발견하고 있을지 모른다. 작고 소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