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하는 한낮 경기”…울산·도르트문트, TQL스타디움 폭염→체력전 예고
따가운 햇살 아래, 신시내티 TQL 스타디움은 무더위 속에 격렬한 뜨거움을 품고 있었다. 어떤 명경기보다 선수들의 숨소리가 더 크게 들리던 현장, 미드필더와 윙어, 수비수까지 모두 그늘 없는 잔디 위에서 마지막까지 땀방울을 쏟는 시간이었다. 뜨거운 잔디밭 위 고군분투는 그 자체로 선수들에게 흘러가는 시간만큼이나 무거운 시련으로 다가왔다.
2025 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F조 최종전을 앞두고 울산 HD와 도르트문트는 경기 하루 전부터 이미 강렬한 열기를 실감해야 했다. 계측된 온도는 섭씨 36도를 웃돌았고, 경기장 내부는 관중석을 겨우 덮는 지붕만 설치돼 대부분의 구역이 직사광선 아래 완전히 노출됐다. 기자들이 오하이오 현장에서 피부로 느낀 기온은 공식 기록 이상이었고, 선수단 역시 쿠션 없는 잔디에 쏟아지는 열기에 적응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모아야 했다.

경기 당일의 무더위는 선수들의 전략과 전술에도 큰 변수로 작용할 예정이다. 도르트문트는 앞서 같은 장소에서 열린 2차전에서도 폭염 대응에 몰두했다. 벤치에는 라커룸에서 대기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큰 우산으로 교체 선수 보호에 신경을 썼다. 이번 맞대결에서도 경기 중반까지 그늘이 전혀 없는 만큼,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은 선수단의 열 스트레스 관리에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낮 경기 편성 배경에는 FIFA의 글로벌 중계 전략이 자리한다. 주 시청권 지역인 유럽의 오후 9시에 맞추기 위해 현지 시간으로 오후 3시에 킥오프가 이뤄지며, 63경기 중 35경기가 본격적인 더위 속에 펼쳐지게 됐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역시 폭염 경기 환경에 대한 우려가 가중된다. TQL 스타디움에서 한낮에 펼쳐지는 경기는 축구의 본질적인 경쟁과 더불어 자연과 맞서는 체력전을 피할 수 없음도 함께 증명하고 있다.
이날 니코 코바치 도르트문트 감독은 교체 선수를 라커룸에 대기시키는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걸림돌은 적지 않다. 선수들은 쿨링 브레이크, 냉각수 제공 등으로 컨디션 조절에 애를 쓴다. 그러나 기술적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팀별 준비도 승패를 가를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울산 HD 미드필더 이진현은 "경기장 온도 때문에 실제 뛰는 입장에선 체감 피로도가 훨씬 높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도르트문트의 풀백 다니엘 스벤손도 "정오 경기와 다름없는 더위가 예보돼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공격수 에릭 역시 "더위로 경기의 강도, 속도 모두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체력 소모가 극심한 환경에서, 각 팀의 교체 카드 활용과 후반전 집중력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점쳐진다.
클럽 월드컵 F조 최종전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25일 오후 3시 킥오프된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토너먼트 진출팀과 조 순위가 확정되며, 한낮 폭염이 선수들의 컨디션과 건강을 얼마나 좌우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뜨거운 햇백 속 물든 잔디, 지친 숨결을 삼키며 뛰는 선수들. 꺼지지 않는 열기 속에서 축구의 원초적 경쟁이 펼쳐질 TQL 스타디움의 이 순간은, 한계를 시험하는 인간 의지의 기록으로 깊게 남을 것이다. 울산 HD와 도르트문트의 운명은 6월 25일 오후, 미국 신시내티 TQL 스타디움에서 가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