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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물길 따라”…순천이 주는 조용한 자연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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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물길 따라”…순천이 주는 조용한 자연의 시간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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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흐린 날씨가 유독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예전엔 여행하면 화창한 하늘을 떠올렸지만, 이제는 자연스레 물길 따라 흐르는 구름과 잔잔한 풍경 속에 안정을 느낀다. 그런 순천의 9월, 그곳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전라남도 동쪽 끝자락, 바다와 산, 강이 한데 만난 순천. 여행을 떠난 이들은 SNS에 순천만습지의 넓은 갯벌과 갈대밭 풍경을 잇달아 올린다. 바람이 스치는 갈대산책로를 거닐다 보면 조용한 자연의 소리가 귓가에 고요히 사근거린다. 습도 높은 날씨에도 해질 무렵 용산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갯골과 저녁노을은 잠시 숨 고르는 여유를 안긴다. 실제로 순천만습지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손꼽히며, 계절에 따라 다른 빛깔을 선사한다. 시원한 물길을 따라 흑두루미 등 철새가 쉬어가는 모습에 지역만의 고즈넉함이 담겨 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순천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순천

이런 변화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순천만습지를 찾은 방문객이 300만 명을 웃돌면서, 자연생태 관광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동시에 조선시대의 시간이 고스란히 흐르는 낙안읍성 역시 눈길을 끈다. 108가구가 실제로 생활하며 초가집, 돌담길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남부지방의 전통이 현재와 만나는 특별한 공간이 된다.

 

전문가들은 “순천 여행의 본질은 느리고 깊은 자연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머무름’에 있다”고 느낀다. 순천시 내에 위치한 송광사로 향하면, 조계산 숲길을 따라 경내로 들어서는 순간 묵직한 평온이 감돌며, 한국 불교의 역사와 맑은 기운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여행 칼럼니스트들도 “굳이 화려한 일정 없이, 하루쯤 촉촉한 공기 속을 천천히 걷는 게 순천의 진짜 매력”이라 표현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비가 와도 괜찮다”, “갈대밭에 서 있으니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 등, 많은 방문객들이 일상과 뚜렷이 다른 차분함을 공감한다. 고풍스러운 성벽을 걷거나, 사찰의 고요한 숲길을 거닐다 보면 도시에서 잊고 있던 평온이 불쑥 찾아온다는 이야기다.

 

순천에서 머문 시간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흐린 하늘 아래서 비로소 차분해지고, 물길과 바람, 시간의 결이 어우러진 풍경은 일상에 작은 여유를 남긴다. 여행도, 휴식도 새로울 것 없는 요즘. 우리 삶이란 결국, 자연의 리듬을 닮아 천천히 흘러가는 법을 다시 배우는 시간이 아닐까.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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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순천만습지#낙안읍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