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안전사용 강화"…한국릴리, 공개서한 발표로 인크레틴 논란 대응
비만 치료제 시장 급성장이 국내외에서 약물 오남용과 부작용 우려를 키우는 상황에서, 글로벌 제약사가 안전관리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인크레틴 기반 비만 치료제와 당뇨병 치료제가 대중적 관심을 받으면서 SNS를 중심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용 사례가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릴리가 약의 날을 계기로 공개서한을 발표하며 전문의약품의 책임 있는 사용 원칙을 다시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인크레틴 계열 약물에 대한 규제와 신뢰를 둘러싼 국제 경쟁 구도에서 기업의 자율 규제 모델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국릴리는 11월 19일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를 비롯한 인크레틴 기반 전문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공개서한은 약의 날인 11월 18일에 맞춰 준비된 것으로, 자사가 공급하는 전문의약품이 국내 의료 환경에서 의료전문가의 관리하에 적절하게 사용되도록 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서한이 단순 홍보가 아니라, 공급자로서 환자 안전에 대한 책임 의식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크레틴 기반 의약품은 체내 인크레틴 호르몬을 모방하거나 강화해 혈당을 조절하고 식욕을 줄이는 기전을 가진 약물군으로, 대표적으로 GLP-1 수용체 작용제가 포함된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혈당 감소와 함께 위 배출 지연, 식욕 억제를 통해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내며, 비만과 제2형 당뇨병 치료에서 핵심 플랫폼으로 떠오른 상태다. 한국릴리의 마운자로와 트루리시티는 이러한 인크레틴 메커니즘을 활용한 제품으로, 해외에서는 이미 당뇨병과 비만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약물로 평가받고 있다.
새로운 기전의 비만 치료제가 빠르게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특히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전문의약품의 미승인 용도 사용과 비의료 채널을 통한 접근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체중 감소 효과만을 보고 온라인 처방, 해외 직구, 지인을 통한 비공식 유통이 나타나며 부작용 관리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도 인크레틴 계열 의약품이 연예인, 인플루언서 사례와 함께 부각되면서, 제대로 된 병력 평가 없이 단기간 체중 감량 목적의 처방을 요구하는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로 분석된다.
한국릴리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인크레틴 기반 의약품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인포그래픽을 함께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는 약물 작용 기전, 승인된 적응증, 예상 가능한 부작용, 의료전문가 상담 필요성 등이 시각적으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가 직접 위험정보와 사용 원칙을 정리해 공개하는 방식은 규제 기관의 안전성 서한을 보완하는 자율적 정보 제공 모델로,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강화되는 경향이다.
의료진 교육도 병행된다. 한국릴리는 대한비만학회와 협력해 의사, 간호사 등 의료전문가를 대상으로 인크레틴 기반 비만·당뇨 치료제의 적정 처방, 환자 선별 기준, 모니터링 방법 등을 다루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의료진과 환자가 진료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설명서를 개발해 병의원에 배포했다. 이 설명서에는 약물 투여 전후 확인해야 할 사항, 복용법, 생활습관 관리 병행 필요성 등이 담겨, 개별 진료실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한국릴리 존 비클 대표는 전문의약품 사용의 중심이 항상 환자 안전과 근거 기반 진료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와 의료진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기반해 치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기업이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부, 학회, 언론 등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규제기관의 통제에만 의존하지 않고 민간 영역에서 안전 사용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방향성으로 읽힌다.
학계에서도 비만을 단순한 체중 관리 이슈가 아니라 심각한 만성 질환으로 보는 관점이 강화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 김민선 이사장은 비만이 심혈관질환을 비롯한 200여 가지 이상의 합병증과 조기 사망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크레틴 기반 의약품은 이러한 질병으로서의 비만 치료를 위해 승인된 전문의약품으로, 정해진 적응증과 용량 내에서 의료전문가의 처방과 모니터링 아래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중감량 목적의 단기 사용이나 미승인 환자군 대상 투여는 중장기 안전성 검증 범위를 벗어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제약 산업에서는 인크레틴 계열 비만 치료제가 차세대 블록버스터로 떠오르면서 시장 경쟁과 함께 안전관리 수준도 중요한 차별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GLP-1 계열 약물의 급속한 수요 증가에 따라 규제당국이 라벨링 강화, 부작용 보고 시스템 점검, 리얼월드 데이터 기반 안전성 검증 등을 서두르는 상황이다. 한국 기업이 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약효뿐 아니라 처방 관리, 환자 교육, 데이터 기반 추적 시스템 등 통합적인 안전관리 역량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에서는 비만 치료제와 관련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보험 급여 범위, 장기 치료 전략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되고 있어, 이번 한국릴리의 공개서한과 교육 프로그램이 규제 논의에 참고 사례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제약사가 자발적으로 안전 사용 원칙을 강화하고 이해관계자와 공동 대응에 나설 경우, 향후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및 제도 설계에도 보다 정교한 근거가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인크레틴 기반 비만 치료제가 실제로 만성질환 관리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지, 또는 오남용 이슈로 신뢰가 흔들릴지가 향후 시장 성장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한국릴리의 공개서한과 후속 조치가 비만 치료제 안전 사용 문화 정착과 제도적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