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천마-20’ 전차·자폭드론 대거 등장”…현대전 교훈 반영, 전력 현대화 시동
북한이 재래식 전력의 현대화 전략을 앞세우며 무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은 신형 전차 ‘천마-20’를 비롯해 자폭드론 발사차량, 신형 155밀리 자주포 등 주요 무기 체계를 공개하며 강한 군사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번 열병식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빠르게 반영한 무기 구성과 전술적 변화로 현장 분위기가 한층 달라졌다는 평이 잇따랐다.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이 공식적으로 군에 배치된 모습을 처음으로 선보인 ‘천마-20’ 전차는 지난 5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를 통해 공개된 동형 무기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천마-20’에 대해 “막강한 공격력과 믿음직한 방호체계를 갖춘 현대식 주력탱크”라고 평가했다. 가장 큰 특징은 적의 대전차 무기를 자동 감지·요격하는 이른바 ‘하드킬’ 능동방어체계를 탑재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피스트’와 유사한 이 체계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현대 전차의 생존성 문제를 반영한 조치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북한군의 하드킬 능동방어체계 개발 속도가 우리보다 앞서 있다”며 “북한은 이미 대응탄 요격시험까지 선보였지만 우리 군은 내년 10월 완료 목표로 아직 대응탄 요격시험을 실시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포병전력도 혁신이 두드러졌다. 이날 행진에 동원된 신형 155밀리 자주포는 기존 소련식 152밀리 계열 자주포를 대체할 서방식 사양으로 분석된다. 기동성, 사거리, 화력 등에서 기존 장비를 능가하는 성능으로, 북한군의 화력전 옵션이 한층 다양해질 전망이다. 신형 자주포 도입이 대남 및 지역 타격능력 전반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군사적 긴장 고조도 우려됐다.
최근 러시아 기술과 전술 교류 정황도 재차 드러났다. 북한군은 무인기(드론) 대응력 증강을 위해 러시아 최신 ‘란셋-3’ 드론 발사대와 유사한 자폭드론 군집 운용 시스템을 선보였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작년부터 개발해 온 자폭드론 발사 차량은 러시아식 발사대 양식을 북한식으로 진화시킨 것”이라며 “기존 단발형을 넘어 다수 드론을 동시 투입할 수 있는 군집 전술 구조로 발전 중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란, 중국제 드론 발사 시스템과의 기술 결합 가능성도 제기됐다.
전술 분야에서도 현대전 경험을 적극 반영하는 모습이다. 눈에 띄는 건 길리슈트로 은폐된 저격수와 적후 산악활동부대의 대규모 배치다. 길리슈트는 나뭇잎 등 위장 소재를 부착한 은닉복장으로, 드론이나 열 영상 장비에도 탐지가 어려운 장점이 있다. 북한군은 지난 우크라이나 파병 때 무인기 공격으로 피해를 겪은 뒤, 실전형 무장복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정치권과 군사 전문가는 북한의 재래식·비대칭 전력 동시 강화가 한미 양국의 방위전략 변화와 맞물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남측 군의 대응체계 개발이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점에서 군비경쟁의 불씨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재래식 전력과 첨단 무기체계, 실전 전술을 대거 부각한 만큼 한반도 군사정세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북한의 군비 현대화에 맞서 첨단 방위체계 구축 및 동맹 협력 강화 방안을 추가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