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예린이와 할아버지의 저무는 하루”…버스정류장 끝자락에 머문 사랑→기억의 흔들림 속 소망
시골의 햇살에 스며들 듯 조심스레 하루를 여는 '동행'의 예린이와 할아버지, 두 사람의 모습은 사람들 곁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풍경처럼 따뜻하게 번졌다. 여든하나의 효일은 버스정류장에 서서 수줍게 외손녀 예린이를 기다리고, 그 버스정류장에 서린 대화는 고단한 세월마저도 다정한 농담으로 바뀌곤 한다. 하늘빛처럼 맑은 예린이의 마음은 자신이 감내해야 할 병을 두려워하면서도, 할아버지의 곁을 절대 놓칠 수 없는 애틋함으로 가득 채워진다.
밥상을 함께 나누는 소소한 일상, 손녀에게 따뜻한 한 끼를 건네는 할아버지의 굳은 손끝에는 세상의 어느 사랑보다도 깊은 진심이 담겼다. 예린이는 어릴 적부터 혼자 견뎌야 했던 병과 상실의 고비에서, 믿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존재인 할아버지로부터 위로를 공급받는다. 주사를 손에 쥐면서도 흔들리던 마음, 모계 유전병 앞에서 움츠러든 불안은 밭에서 묻어온 흙내음처럼 소박하고 든든한 할아버지의 애틋한 시선 아래 맥을 잇는다.

그러나 시간이란 손님은 언제나 잔인하게 다가온다. 무릎의 통증과 흐려지는 기억 속에서, 할아버지의 치매 진단 사실이 두 사람 앞에 그림자처럼 드리운다. 할아버지는 "예린이를 위해 좀 더 해주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고, 예린이는 할아버지를 붙잡듯 “곁에 오래 있어주세요”라며 아이만의 소박한 소망을 드러냈다. 세상이 둘을 향해 "참 보기 좋다"고 속삭여도, 각자에게 남은 삶의 무게와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또다시 찾아올 하얀 아침을 맞아, 예린이와 할아버지는 서로 잡은 두 손에 작은 희망을 심는다. 치매의 어둠과 만성질환의 불안, 그 너머로 번지는 가족애는, 하루의 끝을 비추는 작은 등불처럼 서서히 마을 전체로 퍼진다. KBS1 '동행'은 9월 20일 토요일 저녁 6시, 예린이 할아버지의 애틋하고도 단단한 동행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잊히지 않을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