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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대미 수출 폭발적 증가”…베트남·대만, 관세 유예 만료 앞 재고경쟁 심화→협상 리스크 고조
국제

“아시아 대미 수출 폭발적 증가”…베트남·대만, 관세 유예 만료 앞 재고경쟁 심화→협상 리스크 고조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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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초입, 세계 무역의 바람이 다시 거칠게 불고 있다. 아시아의 여러 항구에서는 지난 한 달 사이 미국을 향한 컨테이너 물결이 눈에 띄게 늘었고, 이른 아침 부두에서는 베트남, 태국, 대만에서 온 상품들이 익숙한 긴장과 함께 미국 시장에 닿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곳에 실린 것은 단순한 재화가 아닌, 관세와 무역 정책이 만들어내는 한 시대의 성장과 불안을 담은 풍경이었다.

 

6월의 문턱을 넘기 전, 베트남과 태국의 5월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35%, 대만은 무려 90%나 치솟는 기록을 새겼다. 이는 유례없이 높은 증가로,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 마지막 창구가 될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서 재고 확보에 나선 미국 바이어들의 불안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였다.

아시아 대미 수출 5월 급증…베트남·태국 35%↑, 대만 90%↑
아시아 대미 수출 5월 급증…베트남·태국 35%↑, 대만 90%↑

통상 연말 소비 시즌에 집중됐던 수출이 이번에는 여름철로 앞당겨졌으며, 이러한 변화는 미국의 수입 통계에 고스란히 투영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조기 재고 확보 움직임이 미국과 아시아 주요 교역국 간의 관세 협상 환경을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5월 무역적자는 이미 910억 달러에 달했고, 연초 이후 누적 규모 역시 6,4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이후 정점을 훌쩍 넘는 수치로, 유럽발 의약품 증가도 적자 확대 요인이나 이번 급증한 대미 아시아 수출의 영향력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만약 미국이 예고된 대로 관세 유예를 종료하고 고율 관세 적용에 들어간다면, 지금의 수출 호조는 빠르게 꺾이고 아시아 국가의 성장에도 차가운 그늘이 드리울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21개 회원국의 연간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낮춘 것도 이러한 무역 긴장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단 몇 달 사이, 3월의 3.3% 전망에서 크게 감소한 수치에 세계 경제의 불안한 맥박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미 중국은 관세 전선에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제네바 합의 이후 미국과의 관세 ‘휴전’ 국면에 들어섰으나, 여전히 대미 수출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더구나 미국의 대중 관세는 높게 유지되고 있으며, 일부 중국 수출업체들은 베트남 등 제3국 경유 ‘원산지 세탁’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파문처럼 퍼져가고 있다.

 

아시아 국가 대부분은 여전히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고율 관세 회피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중국이 겪은 성장 둔화의 그늘을 피할 방법을 모색 중이다. 세계 무역지도의 한복판에서, 이번 대미 수출 급증이 일시의 반짝임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아시아 경제의 구조적 변곡점이 될지 국제사회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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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베트남#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