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재석 씨, 삶의 파도와 마주한 부성”…두 아들 향한 품→가족의 온기 어디까지 흐를까
새벽을 깨우는 바닷바람보다 먼저, 두 아들에게 건네는 아버지 재석 씨의 손길에는 짙은 부성과 삶의 체온이 어려 있었다. KBS ‘동행’은 깊은 상실을 품은 채 또 하루를 견뎌내는 한 가정의 조용한 투쟁을 차분히 따라간다. 부단한 새벽, 어촌의 작은 집에서 다시 시작되는 재석 씨의 하루에는 가족을 지키겠다는 약속만이 남아 있었다.
한때 소박하지만 단단한 얼굴로 시작했던 가정은 아내의 오랜 병환과 이별로 깊은 그리움을 안게 됐다. 하염없이 이어진 간병과 생계의 무게, 두 아들을 품에 안은 재석 씨는 누구보다 외로운 시간이 남겨졌다. 든든한 어머니마저 병상 끝에 떠나보낸 올해 봄, 남은 가족들은 텅 빈 온기 속에서도 서로의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생계를 잇기 위한 다양한 일용직과 선원 일에서조차, 아버지의 발목을 잡은 것은 어린 아들과 발달장애를 지닌 둘째 산이에 대한 돌봄의 책임이었다. 끊임없는 좌절과 재도전 속에서도 품은 가족은 무너지지 않았다. 바다에 나가 꽃게를 잡고, 양식장 일로 정성을 다하는 아버지의 뒷모습엔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진 가장의 깊은 심정이 스며든다. 사장님의 손길로 이어진 항해 일이 단비처럼 다가왔고, 주말마다 바다에서 이끌어낸 삶의 조각들이 세 식구를 살아가게 했다.
반면 집 안에서는 사춘기 첫째 강이가 동생 산이의 보호자이자 아버지의 버팀목이 됐다. 엄마의 빈자리를 안고 나이답지 않게 속마음을 삼키는 강이는 동생에게 옆자리를 내어주고, 배우지 못한 돌봄을 스스로 익혀왔다. 누구보다 조용히, 그리고 깊이 가족을 채워주는 강이의 이야기가 보는 이의 마음을 울렸다. 자연스럽게 아빠와 동생의 마음을 끌어안긴 했지만, 힘겨운 현실은 어느새 아이에게도 어른의 각오를 새겨놓았다.
끝내 서로를 지킬 수밖에 없었던 집, 차마 내색하지 못한 슬픔 속에서도 바다처럼 묵직하게 이어지는 가족의 연대. 아버지 재석 씨는 아이들과 일상을 공유하며 버거운 현실을 조금씩 밀어냈다. 엄마와 할머니가 남긴 온기는 사라졌지만, 일상의 소소한 풍경은 세 명만의 새로운 희망으로 쌓였다. 아버지는 산이의 치료와 강이의 성장, 그리고 모두의 내일을 위해 한결같이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오랜 세월 이어온 상실의 무게와, 그 안에서도 꺼지지 않는 온기와 희망. KBS ‘동행’이 비추는 재석 씨 가족의 하루는 가족이 품은 바다가 늘 거세지만, 다시 살아갈 마음을 만들어간다. ‘동행’ 514회는 2025년 9월 12일 금요일 저녁, 이 조용한 연대를 담아낸 가족의 이야기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