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S로 난치성 뇌전증 관리”…삼성, 인지기능 저하 없는 장기 안전성 입증
난치성 뇌전증 치료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되고 있다. 두 가지 이상의 항뇌전증 약을 쓰고도 잦은 발작이 반복되지만, 뇌 절제술이 불가능한 중증 환자에게 뇌심부자극술(DBS)이 중요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뇌의 핵심 부위를 직접 자극하는 방식이어서 인지기능 저하가 치료의 안전성 문제로 지적돼 왔지만, 삼성서울병원 손영민 교수 연구팀이 수년간의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인지 저하 없이 발작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음을 밝혔다. 업계는 이번 결과를 뇌전증 치료 옵션의 전환점이자 환자 삶의 질 향상 측면에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손영민 교수팀이 국제 학술지 ‘Epilepsia open’에 발표한 결과로, 난치성 뇌전증 환자 22명을 대상으로 DBS 시술(시상전핵 12명, 해마 10명) 이후 최소 18개월, 최대 3년 이상 효과와 안전성을 추적 관찰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방식과 달리, 이 연구는 DBS 표적 부위별로 장기 인지기능 변화를 직접 비교한 첫 사례며, 두 방식 모두 환자의 삶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발작 빈도를 각각 73.05%(시상전핵), 76.76%(해마)로 크게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뇌심부자극술(DBS)은 미세 전극을 뇌의 특정 부위에 삽입해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를 조절하는 정교한 치료법이다. 이번 연구는 기억·언어·집중력 등 인지영역에서 치료 전후 유의미한 악화가 없음을 확인해, 시행 과정에서 인지 저하에 대한 환자와 의료진의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 동시에, 시상전핵(광범위 전측두엽 뇌전증 적용)과 해마(양측 측두엽 적용) 중 환자 특성에 따라 최적 표적을 맞춤 선정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DBS 시술은 약물 내성 뇌전증 환자 중 수술 불가 사례에서 유일하게 잔여 기능을 보존하며 장기 관리할 수 있는 치료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이번 중추 신경계 자극 방식을 통한 장기 추적 결과, 우울·불안 등 정서 영역에서도 추가 위험 신호는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환자 개인별 인지 기능 유지와 함께 실질적 발작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의료계에서는 미국, 유럽 일부 기관에서도 DBS의 효과를 확인해온 가운데, 한국 연구진이 3년 이상 장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표적별, 환자 맞춤형 시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명확히 입증한 것은 국내 환자 치료 환경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부터 삼성서울병원을 제2기 뇌전증지원센터 운영기관으로 선정하며, 국가 차원의 뇌전증 관리 정책 및 사회적 인식 개선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전략을 추진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뇌전증 환자 치료의 실효적 대안 마련뿐 아니라, 치료법 선택의 폭과 장기 관리 시스템의 질을 끌어올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