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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물 안전관리 플랫폼”…식약처, 연구원 준공으로 산업 키운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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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물 유래 의약품의 품질과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인프라가 새로 문을 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천연물의약품 개발과 산업화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천연물안전관리연구원 준공을 마치고, 품질검사와 위해물질 모니터링, 제품화 컨설팅을 한 곳에서 수행하는 플랫폼 구축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약사법 개정과 연계된 이번 출범이 국내 천연물의약품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식약처는 17일 천연물의약품의 안전성 확보와 국내 관련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설립된 천연물안전관리연구원 준공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지난달 개정된 약사법에 근거해 설립됐으며, 총사업비 196억 원 규모로 조성됐다. 국비 141억 원과 지방비 55억 원이 투입됐고 2023년 6월 착공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완공됐다.

연구원 시설은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5315제곱미터 규모로 조성됐다. 내부에는 개방형시험실, 품질검사 및 연구실, 교육실 등이 배치돼 천연물의약품 전 주기에 걸친 지원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천연물 유래 성분을 활용한 의약품 연구개발, 제조 단계 품질검사, 중금속·잔류농약 등 위해물질 모니터링, 전문 인력 양성, 기업 대상 제품화 컨설팅이 주요 기능이다. 특히 이번 인프라는 개별 기업과 대학, 병원이 분산적으로 수행해 온 천연물 분석과 표준화 업무를 공공 차원에서 통합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운영 구조도 제도화됐다. 연구원은 약사법에 따라 식약처 산하 재단법인 형태로 내년 1월 공식 출범한다. 공공기관의 규제·평가 기능과 재단법인의 민간 협력·사업화 지원 기능을 결합해, 현장 수요에 맞는 안전관리 기준과 품질 표준을 빠르게 적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식약처는 이를 통해 천연물의약품 기준 규격을 체계화하고, 품목 허가·심사 과정에서 요구되는 데이터 품질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학연 협력 기반도 동시에 강화된다. 식약처와 부산대학교는 이날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공동연구 추진, 정책·기술 정보와 연구 인력 교류, 연구시설·장비 공동 활용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양 기관은 천연물안전관리연구원의 조기 정착을 돕는 동시에, 대학 연구성과를 산업계와 연결하는 학연 협력 모델을 구축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천연물 원료 탐색, 작용 기전 분석, 임상적 효능 검증 등 고난도 연구에서 대학과 공공연구 인프라가 연동되면, 후보 물질 발굴부터 의약품화까지의 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준공식에는 박완수 경상남도 지사, 나동연 양산시장, 윤영석 국회의원, 최재원 부산대학교 총장 등이 참석했으며,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공사 과정에서 안전사고 없이 사업을 마무리한 관계자들에게는 식약처장 표창과 감사패도 수여됐다.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국회, 학계가 동시에 참여한 점은 천연물의약품 분야를 지역 전략 산업이자 국가 차원의 신성장 축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천연물의약품은 생약, 식물·동물·광물 유래 성분을 기반으로 한 의약품으로, 전통 지식과 현대 제약 기술이 결합하는 분야다. 그러나 원료 특성에 따른 성분 변동성과 복합 혼합물 구조 때문에, 합성의약품에 비해 규격화와 재현성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품질관리 기준과 시험법이 제각각이면 지역별·기업별 제품 편차가 커질 수 있고, 글로벌 규제기관과의 규격 정합성도 떨어져 수출 경쟁력이 제한되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원 출범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적 인프라 구축으로 평가된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준공식에서 천연물안전관리연구원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천연물의약품의 기준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규격화된 안전·품질관리 체계와 제품화 기술지원을 통해 국민 건강 증진과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향후 학연 공동연구 확대, 기업 대상 품질관리 컨설팅 강화, 위해물질 모니터링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을 통해 국내 천연물의약품 개발과 산업 활성화를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산업계에서는 연구원이 실제로 국내 제품의 국제 인증 획득과 해외 시장 진출로 이어질지, 제도와 인프라의 연계 성과를 주시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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