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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1년 처분 유예”…정청래·한정애, 중소기업 요구에 상법 개정 방향 조정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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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관련한 갈등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중소기업계가 마주 앉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기존 보유 자사주에 대한 유예를 요청하자 민주당 정책 라인이 1년 처분 유예 방침을 내놓으면서, 3차 상법 개정 논의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1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입법과제 타운홀 미팅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 추진 방향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중소기업계는 상법 외에도 투자 촉진, 규제 혁신, 성장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을 폭넓게 요구했다.  

행사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3차 상법 개정안에 대해 "기존에 보유 중인 자사주의 경우 최소 1년간의 처분 유예 기간을 주실 것을 중소기업계를 대표해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주 의무 소각이 중소기업 재무 전략과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며 입법 과정에서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현장에서 바로 수용 의사를 드러냈다. 한 정책위의장은 "아마 기존 보유 자사주에는 1년 정도 처분 유예 기간이 주어질 것"이라며 "다만 1년이 아니라 더 보유하려고 하면 주총 특별결의를 통해 그 목적에 맞게끔 보유하도록 주주들로부터 동의받는 방식을 취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사주 의무 소각 원칙은 유지하되, 기존 보유분에 한해 일정 기간 유예하고, 추가 보유는 주주 보호 장치를 전제로 허용하는 절충안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한 정책위의장은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상생협력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 상황도 설명했다. 그는 "대·중소기업 간 기술 탈취를 근절하고, 피해 기업에 대한 조사와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한국형 증거 개시 제도, 법원의 자료 제출 명령 등을 담은 상생협력법이 국회 산업위를 여야 합의로 통과해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법과 관련해 변호사의 비밀 유지권을 담은 변호사법이 같이 개정돼야 한다"며 "변호사법도 법사위에서 논의 중이어서 이 두 법안은 1월 중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상생협력법과 변호사법이 동시에 처리돼야 한국형 증거 개시 제도가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청래 대표는 철강과 자동차부품 등 제조업 분야 현장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구체적 지원 조치를 소개했다. 정 대표는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분야에서 중국 저가품에 대한 대응이 상당이 어려워졌다고 한다"며 "이와 관련해 컬러강판 도금 부착량 테스트 방법 신설, KS 인증심사기준 개선, 자동차부품 중소기업 관세 대응 연계 지원 등으로 철강업계에서 한시름 덜게 됐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중국산 저가 공세에 직면한 업계를 대상으로 인증 기준 개선과 관세 대응 지원을 병행해 가격 경쟁 압박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민주당 측에 중소기업 투자와 혁신을 뒷받침할 입법 방안을 다수 제시했다. 중소기업계는 투자촉진, 규제혁신, 성장지원을 주제로 67개 법정기금의 벤처·스타트업 투자 의무화, 국민성장펀드와 코스닥 활성화 펀드의 연계, 인공지능 데이터 규제 개선을 위한 AI 학습·분석용 데이터 활용 책임 완화 제도, 고객 기반 금융 AI 서비스 개발을 위한 제도 개선, 혁신형 연구·개발 세액공제 확대 등을 건의했다. 디지털 전환과 스타트업 육성에 필요한 자금과 데이터 인프라를 법·제도 차원에서 보강해 달라는 요구다.  

 

김기문 회장은 "이번 정부에서 중소기업 규제가 확실히 개선되고,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민주당 차원에서 입법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자사주 소각, AI 규제, R&D 세제 등 현안들이 중소기업 생존과 직결돼 있다고 강조하며 여야를 포함한 국회 전체의 신속한 논의를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정청래 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 권칠승 중소기업특별위원장, 김원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 등이 참석해 중소기업계 의견을 청취했다. 여야 협의가 필요한 법안이 다수인 만큼, 민주당의 대응에 다른 정당의 입장이 어떻게 맞물릴지에 따라 입법 속도가 갈릴 전망이다.  

 

국회는 상법 개정과 상생협력법, 변호사법 처리 시기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계 요구와 투자자 보호, 시장 규율 간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자사주 소각과 기술 보호 입법을 둘러싸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투자자 이해가 교차하는 만큼, 다음 정기국회와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 심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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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더불어민주당#중소기업중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