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항에서 펼쳐진 도째비의 밤”…먹태와 불꽃, 모두가 빠진 여름 축제의 마법
요즘 동해의 여름 밤, 항구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고즈넉한 바다 풍경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특별한 축제의 열기와 설화 속 도깨비의 환상이 일상이 됐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도시의 에너지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달 18일부터 20일까지 동해시 묵호항 일대에서는 ‘묵호 도째비페스타’가 펼쳐진다. 바다 내음 깊은 묵호항과 인접 시장, 전망대 곳곳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SNS에는 불꽃놀이와 먹태, 분장 의상을 인증하는 사진들이 속속 올라온다. 도째비 불꽃놀이가 밤바다를 수놓고, 낮부터 버스킹 공연과 야시장 무대가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과 부모, 친구, 연인들이 물총을 쏘며 뛰어노는 물도째비 난장, 도깨비 옷장을 열어본 분장 체험, 푸드트럭에 줄지은 사람들… 축제의 한 장면이 일상이 된 듯하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강원관광재단이 선정한 ‘7월 추천 여행지’로 자리매김하며, 행사장엔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도째비 뻥튀기와 막걸리, 수산가공품 등 지역 특산품도 플리마켓에서 빨리 동나곤 한다. 축제 프로그램만 해도 먹맥페스타, 먹방 콘테스트, 보물찾기, 묵호태 투호놀이, 캐릭터 그리기 등 수십 가지여서, 사람마다 ‘나는 오늘 어떤 도깨비였는지’ 이야기꽃이 핀다.
지역축제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설화적 상상력과 체험의 결합’이라 부른다. 한 도시의 옛이야기가 잊히지 않고 현대적으로 변화하면서, 사람들의 참여와 웃음, 상생의 시장경제까지 끌어안는 것. 묵호항 노점상 김미현 씨도 “이런 축제는 우리 시장에 활력을 더해준다. 손님이 많으니 모두 환해진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분장하고 도깨비 댄스 따라하다가 아이와 더 가까워졌다”, “먹태 먹으며 바다 보니까 마음까지 풀린다”는 시선부터, “동해의 바닷바람과 야시장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다”는 경험담까지 다양하다. 축제장에서 즉석 포토존에서 사진을 남긴 박정미 씨는 “나에게도 이런 자유로운 여름밤이 있었구나 싶다”고 고백했다.
묵호 도째비페스타는 단순히 지역 관광 행사의 틀을 넘어, 동해의 설화와 공동체, 시장의 활기, 여행의 기억까지 한 데 안긴다. 남녀노소 누구나 머물다 가는 이 축제는,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허물고, 사소한 웃음 하나에도 바닷바람과 삶의 온기가 실리는 순간을 만들어간다. 작고 소란스런 축제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걸 모두가 느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