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언더파 질주”…이다연, 한국여자오픈 첫날 선두권→우승 후보 부상
쏟아지는 빗방울과 실망의 순간, 그 위로 한 송이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다연은 반복된 시련 속에서도 그라운드에 다시 서며, 깊은 한숨 끝 입가에 번진 환한 빛으로 하루를 기록했다. 굳게 닫혀 있던 자신감의 문을 열고 힘겹게 걸어온 시간이 마침내 첫날 선두권이라는 값진 결실로 이어졌다.
이다연은 12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39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 1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쳤다. 6개의 버디와 1개의 보기로 경기를 안정감 있게 마무리한 이다연은, 복귀 무대에서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경기 초반부터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그동안 흔들렸던 샷 감각 역시 빠르게 되살아났다.

올해 초 교통사고 후 이어진 부상, 그리고 연속된 컷 탈락의 씁쓸함까지 내려놓은 그는, 스스로를 ‘오뚜기’라 칭할 만큼 매 순간 담담했다. 최근 8개 대회에서 5차례 컷 탈락, 한 차례 기권 등 쉽지 않은 여정이었으나, KLPGA 투어 8승과 메이저 3회 우승자 다운 카리스마로 첫날부터 단단함을 입증했다. ‘메이저 사냥꾼’이라는 별명답게 큰 무대에서 더욱 빛나는 기질이 이날 라운드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경기 후 이다연은 “계속된 성적 부진에 자신감이 떨어졌지만 오늘은 되찾을 수 있었다”며, “교통사고 후 아픈 곳은 없고, 특히 퍼팅 연습을 집중한 결과가 감지됐다”고 말했다. 야디지북에 직접 ‘심플한 게 가장 좋다’고 적으며 평정심을 다진 그의 담담함은 위기 상황마다 침착하게 이어졌다. 위협적인 상황에서도 버디 찬스마다 앞서지 않고 집중하며, 무리하지 않는 본연의 플레이를 선보였다.
특히 이다연은 2019년에도 한국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이번 대회 5개 메이저 중 3개 타이틀을 가진 현역 중 커리어 그랜드 슬램에 가장 근접해 있다. 강풍과 빗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5언더파를 기록해, 새롭게 수면 위로 떠오른 우승 후보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총상금 12억 원이 걸린 대회인 만큼, 다음 라운드에서도 상승세가 이어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관중석에서 나직이 일렁이던 박수, 그리고 잔디에 닿은 공의 작은 소음. 복귀 무대에서의 이다연은 특유의 끈기와 안정감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기록 이상의 의미, 감정 그 너머의 시간을 지켜본 팬들의 관심이 더욱 깊어졌다. KLPGA 투어 통산 상금 7위인 이다연이 앞으로의 라운드에서도 오뚜기처럼 우뚝 설 수 있을지, 그 대답은 매 홀 위에서 이어질 것이다.
KLPGA 제39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는 나흘 동안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치러진다. 이다연의 새로운 도전과 골프 그라운드를 채우는 여운은, 긴 여름날 오후에도 조용한 울림이 돼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