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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호에 물들다”…느림의 미학을 찾는 제천 여행 → 고요를 걷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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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호에 물들다”…느림의 미학을 찾는 제천 여행 → 고요를 걷는 사람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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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익숙한 하루에서 벗어나 조금 느리게 숨을 쉬는 법을 배우게 한다. 최근 들어 자연 속의 고요함을 찾아 충북 제천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예전에는 관광버스와 단체 여행지란 인상이 강했지만, 지금의 제천은 혼자 혹은 가족과 오롯이 머무는 쉼의 섬이 됐다.

 

청풍호반을 따라 걷다 보면 물 위로 드리운 짙푸른 산과 하늘, 그 아래로 천천히 지나가는 케이블카의 풍경이 펼쳐진다. SNS엔 청풍호반케이블카에서 찍은 드넓은 호수와 초록산의 사진, 그리고 고즈넉한 의림지 둑방길과 정방사 마루에서 느낀 평화에 관한 글이 자주 올라온다. 제천을 다녀온 김도현(39) 씨는 “케이블카 캐빈 안에서 발밑에 펼쳐지는 호수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투명해지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제천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제천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청풍호반케이블카와 의림지 방문객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는 코로나 이전 기록을 넘어섰다. 가족을 위한 잔잔한 산책, 연인의 느긋한 여행부터, 혼자만의 산사 명상과 계절 감상까지, 여행의 세대와 풍경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쉼이 되는 여행”이라 정의한다. 도시의 바쁜 리듬에서 벗어나 자연과 오래 머무는 류동식 여행 칼럼니스트는 “호수나 산사의 정적은 지친 도시인을 위한 완벽한 배경”이라며 “청풍호 같은 관광지는 단발성 방문지가 아닌 일상의 긴장을 녹여주는 치유처가 된다”고 느꼈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지역카페에는 “한 바퀴 산책만 해도 답답했던 마음이 풀렸다”, “의림지 노송 아래에 앉아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잠시 모든 생각이 멀어진다”고 경험을 공유하는 글이 이어진다. 정방사에서 조용히 뜨거운 차 한 잔을 올리며 소박한 행복을 찾았다는 후기도 많다.

 

누군가에겐 작고 사소한 여행일 수 있지만, 고요한 호수와 산사의 풍경은 성급했던 마음을 돌아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내륙의 바다라 불리는 청풍호가 품은 넉넉함은 여행의 목적이 쉼과 재충전, 그리고 ‘다시 나로 돌아오는 시간’임을 깨닫게 한다.

 

여행은 돌아오는 길에야 더 큰 가치를 남긴다고 한다. 제천의 청풍호반과 의림지, 그리고 정방사에서의 고요 속 시간은 우리 삶이 얼마나 빠르게 소진되는지, 그 속에서 멈춤이 주는 힘이 얼마나 소중한지 조용히 일러준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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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청풍호반케이블카#의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