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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풀스택 초격차 노린다…삼성SDS, 오픈AI 손잡고 인프라부터 승부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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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이 기업 IT 아키텍처와 데이터센터 시장의 판을 바꾸고 있다. 삼성SDS가 오픈AI와 손잡고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와 기업용 생성형 AI 서비스 공급에 동시 진출하면서, 인프라에서 애플리케이션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AI 풀스택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두고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과 국내 디지털 전환 시장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삼성SDS는 최근 오픈AI가 추진 중인 초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참여하며, 국내외 AI 데이터센터 설계와 구축, 운영을 포괄하는 DBO 사업 확대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동시에 국내 최초로 오픈AI 기업용 서비스의 공식 리셀러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챗GPT 엔터프라이즈 등 주요 서비스를 국내 기업에 공급할 수 있는 자격도 얻었다. 데이터센터 인프라, 클라우드, 업무 특화형 AI 솔루션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시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초거대 언어모델과 멀티모달 모델을 안정적으로 학습·추론하기 위한 전용 인프라를 대규모로 구축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로 알려져 있다. 오픈AI는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차세대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GPU 팜, 네트워크 인프라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삼성그룹은 이를 지원하는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맡는다. 특히 삼성SDS는 해당 프로젝트에서 국내 AI 데이터센터의 설계와 구축, 운영 전반을 담당하는 파트너로 참여해 첨단 인프라 기술을 제공하게 된다.

 

삼성그룹 차원에서는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 4개 계열사가 LOI를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시스템 설계 역량,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은 건설과 해양 인프라 기술을, 삼성SDS는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운영 역량을 투입한다. 그룹 내 역할 분담을 통해 반도체 공급부터 데이터센터 건설, 운영, 상위 서비스 제공까지 포괄하는 전 주기 협력 구조를 구축하려는 행보다.

 

삼성SDS가 쌓아온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은 이번 협력의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회사는 상암, 수원, 춘천, 동탄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미 데이터센터와 7개 통신거점을 임차해 운영해 왔다. 상암센터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 관계사와 호텔신라 등 서비스 관계사의 주요 시스템을 호스팅하며 고가용성과 금융 보안 규제 대응 경험을 축적해 왔다. 수원센터는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전자 계열사의 핵심 시스템을 수용하며 제조·글로벌 SCM 시스템 운영에 특화된 인프라로 활용되고 있다.

 

춘천센터는 금융 계열사의 주요 시스템 백업센터로 운영되며 재해복구와 이중화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동탄 데이터센터는 연구개발과 AI, 시뮬레이션 등 고성능 컴퓨팅 수요에 대응하도록 설계된 HPC 전용 센터로, GPU 클러스터 운용과 대규모 병렬 처리 환경 구축 노하우를 확보한 상태다. 이러한 포트폴리오는 향후 스타게이트 기반 첨단 AI 데이터센터 설계와 운영 표준을 마련하는 데 직접적인 참고 모델이 될 전망이다.

 

국내 공공·민간 AI 인프라 프로젝트에서도 삼성SDS의 역할은 확대되는 추세다. 회사는 국가 AI컴퓨팅센터 건립을 위한 특수목적회사 컨소시엄의 주 사업자로 선정돼 전남 지역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2028년까지 약 1만5000장 규모 GPU를 확보해 학계,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에 컴퓨팅 자원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로 설정돼 있다. 이 시설은 공공 연구와 산업계의 AI 연구개발을 동시에 뒷받침하는 국가 단위 인프라로 기능할 전망이다.

 

경북 구미 1공장을 AI 특화 데이터센터로 리모델링하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삼성SDS는 이 센터를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등 계열사 대상 대규모 AI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모바일 등 제조 현장에서 수집되는 방대한 데이터와 결합해 공정 최적화, 불량 예측, 설비 유지보수와 같은 제조 특화 AI 서비스가 집중적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SDS는 인프라뿐 아니라 서비스 측면에서도 오픈AI와의 결합을 통해 AI 풀스택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국내 최초로 오픈AI 기업용 서비스에 대한 공식 리셀러 파트너 지위를 확보해 챗GPT 엔터프라이즈 등 서비스 도입을 원하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공급과 기술 지원을 전담하게 됐다. 이를 통해 데이터 보안과 거버넌스를 중시하는 대기업, 금융사, 공공기관 등에서 생성형 AI 도입 문턱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SDS의 클라우드 사업은 클라우드제공 서비스, 클라우드관리 서비스, 소프트웨어 서비스로 구성돼 있으며, 매출 성장세도 빠르다. 회사 전체 매출은 지난해 13조8282억 원으로 전년 대비 4퍼센트 증가했고, 그 중 클라우드 부문은 24퍼센트 성장한 2조3000억 원을 기록하며 핵심 성장 축으로 부상했다. 오픈AI 서비스 리셀링은 이 클라우드 사업 포트폴리오에 직접적인 시너지를 제공할 카드로 평가된다.

 

CSP 영역에서는 삼성클라우드플랫폼을 통해 CPU, GPU, 스토리지, 네트워크 자원을 제공하며, 오픈AI 기반 생성형 AI 워크로드를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MSP 영역에서는 멀티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비용 최적화와 보안·운영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여기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운영 자동화 기능을 접목하는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aaS 부문에서는 브리티웍스와 케이던시아 등 기업용 업무 솔루션이 핵심 축이다. 브리티웍스는 그룹웨어와 회의, 협업 기능을 통합한 솔루션으로, 생성형 AI를 회의록 작성, 문서 요약, 이메일 초안 작성 등에 결합하는 방식이 이미 일부 적용되고 있다. 구매관리 솔루션 케이던시아는 공급망 데이터와 결합해 발주 자동화, 공급 리스크 분석 등 영역에서 AI 기반 고도화가 가능하다.

 

삼성SDS는 생성형 AI 사업 강화를 위해 AI 플랫폼 패브릭스, AI 서비스형 어시스턴트 브리티 코파일럿, 생성형 AI용 GPUaaS 등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패브릭스는 다양한 AI 모델과 데이터를 연계하는 플랫폼으로, 기업이 사내 데이터와 외부 대형 언어모델을 안전하게 결합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브리티 코파일럿은 개발, 문서 작성, 고객 응대 등 개별 업무 영역에 특화된 AI 보조 서비스로, 향후 챗GPT 엔터프라이즈와의 연계를 통해 멀티모달 기능이나 고급 추론 기능을 강화할 여지가 있다.

 

GPUaaS는 고가 GPU 인프라를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모델로, 초기 투자 여력이 부족한 기업과 스타트업에게 AI 실험 및 서비스 배포 환경을 제공한다. 국가 AI컴퓨팅센터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구미 AI 데이터센터가 단계적으로 완공되면, 삼성SDS는 국내외 고객에게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 하이브리드 환경을 아우르는 복합 GPU 서비스를 구성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 구글클라우드 등 빅테크가 이미 생성형 AI 전용 인프라와 플랫폼을 앞세워 기업용 시장을 선점하는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 오픈AI 서비스로 오픈AI 모델을 제공하고, 아마존과 구글은 자체 모델과 오픈소스 모델을 통합 제공하는 형태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SDS의 전략은 이러한 글로벌 틀 안에서 오픈AI와의 직접 협력과 삼성 그룹 생태계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지역·산업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향으로 읽힌다.

 

다만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에는 막대한 전력 수요와 환경 규제, 지역사회 수용성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국내에서는 전력 인프라와 탄소 배출 규제, 데이터 주권과 개인정보 보호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국가 AI컴퓨팅센터와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구체화될수록 관련 정책과 제도 논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 집적 지역의 전력 공급 안정성과 재생에너지 활용 비중을 둘러싼 논쟁도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오픈AI와의 협력이 삼성SDS의 AI 풀스택 전략에서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와 함께, 실제 시장에서의 성과가 관건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 인프라를 누가 먼저 많이 짓느냐보다는, 기업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업무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성과를 얼마나 빠르게 입증하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산업계는 삼성SDS와 오픈AI의 협력이 향후 국내 AI 인프라와 기업용 AI 서비스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지 지켜보고 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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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오픈ai#챗gpt엔터프라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