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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 고위험환자, 항혈소판제 3개월 유지가 답”…서울대병원, 이중투여기간 최적화 입증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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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항혈소판제 투여 기간이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환자, 특히 출혈 고위험군의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김효수 교수팀은 대규모 무작위배정 임상연구(HOST-BR)에서, 스텐트 삽입 후 이중 항혈소판제 3개월 유지 요법이 기존 1개월 요법보다 심혈관사건 예방 효과가 유의하게 높으며 출혈 부작용은 늘지 않음을 입증했다고 13일 밝혔다. 의료계는 이번 결과를 ‘환자 맞춤 항혈소판제 투여 최적화의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후 환자들은 혈전을 막기 위해 이중 항혈소판제(dual antiplatelet therapy, DAPT)가 투여된다. 그러나 항혈소판제는 출혈 위험이 높아, 특히 항응고제 복용이나 신장질환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출혈 고위험군에서는 최적 유지 기간 설정이 난제로 꼽혔다. 이번 HOST-BR 연구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50개 기관에서 4897명을 등록, 출혈 고위험군 1598명은 1개월과 3개월 투여군, 저위험군 3299명은 3개월과 12개월 투여군에 배정해 1년간 주요 심혈관·출혈성 사건을 추적 관찰했다.

출혈 고위험군에서 3개월 유지군은 1개월군과 출혈성 사건 발생률이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았으나, 혈전성 사건(심근경색 등)은 5.8%로 1개월군(9.8%)보다 크게 감소했다. 전체 임상 사건률 역시 3개월군이 더 낮았다(14.0% vs 18.4%). 저위험군에서는 3개월 유지군이 12개월보다 출혈성 사건을 약 4%포인트 줄이면서, 혈전성 사건 발생률은 차이가 없었다(7.4% vs 11.7%).

 

특히 이번 연구는 기존 ‘출혈 고위험군은 1~3개월 투여도 충분하다’는 국제 가이드라인의 근거 부족 문제를 극복했다. 정밀한 환자군 분석과 다기관 대규모 임상 설계를 통해, 3개월 요법이 출혈과 혈전 예방 모두에서 균형점을 제공함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셈이다. 글로벌 스텐트 시술 표준 치료지침 개정에도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미국, 유럽 등에서 제시된 항혈소판제 투여기간 권고는 환자 개별 특성에 따라 폭넓게 조정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환자군별 표준화 연구는 드물다. 이번 결과는 고령, 만성질환에 따라 늘어난 스텐트 환자에서 치료 과정 단순화, 안전성 강화라는 다층적 임상적 의미를 가진다. 다만 항혈소판제 관련 신약 개발, 유전자·개인맞춤 의료 등과 연계된 추가 연구와, 실제 진료 현장 도입 시 의료진 교육·보험 적용 기준 등 정책 논의도 병행될 전망이다.

 

김효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환자 출혈위험도를 반영한 이상적 항혈소판제 투여 알고리즘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며 “고령·기저질환 환자 증가 흐름 속에서 심혈관질환 치료 전략의 핵심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진료 현장과 국제 가이드라인 개정에 빠르게 반영될지 주목하고 있다. 쏟아지는 임상데이터와 진료패턴의 변화 속에서, ‘증거 기반 치료 표준화’가 곧 의료 혁신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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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의생명연구원#항혈소판제#스텐트삽입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