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뢰·폭염 명암”…울산HD, 클럽월드컵 악천후→북중미 월드컵 경계령
달아오른 그라운드 위에 내리친 천둥벼락은 울산HD의 마지막 한숨마저 삼켜갔다. 울산HD는 도르트문트와의 F조 3차전을 끝으로 3패라는 성적표와 함께 2025 FIFA 클럽 월드컵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패배 못지않게 팬들과 선수단 모두를 압도한 것은 경기장 밖을 휘감은 변수, 바로 거센 낙뢰와 불볕더위였다.
대회는 미국 각지에서 15일 간 펼쳐지며, 자연이 뿜어낸 극한의 시험대가 이어졌다. 폭염과 뇌우가 경기마다 덮쳐 경기는 예고 없이 멈췄고, 시간표는 무의미해졌다. 실제로 올랜도에서 열린 울산HD와 마멜로디 선다운스 경기는 낙뢰 감지로 65분간 킥오프가 연기됐다. ‘8마일 낙뢰 규정’에 따라 반경 12.9㎞ 내 번개가 감지되자 선수들은 라커룸으로 퇴장했다. 중단이 반복될 때마다 시간은 다시 초기화됐고, 파추카와 잘츠부르크, 오클랜드 시티와 벤피카의 경기는 최대 2시간 넘는 지연을 겪기도 했다.

경기력을 논하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변수는 모든 전략과 흐름을 무력화했다. 미국 내 뇌우 빈발 지역이 많다는 점에서, 내년 북중미 월드컵도 예외일 수 없음이 드러났다. 현지 MLS 역시 잦은 중단을 겪고 있고, 팬들은 경기 지연과 시간 조정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울산HD의 조현우는 “몸이 식으면서 컨디션 유지를 위한 새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상대로 만난 마멜로디 선다운스 역시 “예상치 못한 지연이 전략 수정 시간을 제공했다”고 털어놓았다.
결승이 예정된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도 이미 기상 변수로 경기가 중단된 바 있다. 폭염 역시 선수단의 또 다른 적이었다. 동부를 중심으로 30도 중반대 열돔 현상이 이어진 탓에, 현지 정오나 오후에 열린 63경기 중 35경기는 직사광선과 싸워야 했다. 이는 FIFA가 유럽 중계 편의를 중시한 결과지만, 안전 우려는 더욱 커졌다. 당장 현장에선 쿨링 브레이크, 얼음물과 젖은 수건이 임시방편이 될 뿐이었다.
울산HD의 ‘적응기’는 월드컵 무대를 준비해야 할 각국 대표팀에 분명한 경고다. 미국과 멕시코 경기장의 특성상 무더위와 낙뢰를 피할 방도가 드문 만큼, 실제 대회를 앞두고 각 팀은 변수 대응 매뉴얼 마련과 전술적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변수에 흔들린 경기, 예측 불허의 서사는 이제 북중미 월드컵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현장에서 흘러나온 고단한 숨결과 촉촉이 젖은 잔디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 선수와 팬 모두에게 위로와 숙제를 남겼다. 2025년 북중미 월드컵, 울산HD의 경험이 남긴 경계령은 열기와 폭우가 뒤섞인 무대 위로 조용히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