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전차부터 드론 전력까지”…북한, 재래식 전력 현대화 박차
북한이 재래식 전력의 대대적 현대화를 본격화하며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0일 평양에서 개최된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는 신형 전차 ‘천마-20’와 무인기 발사차량, 그리고 신형 자주포 등 핵심 무기들이 대거 공개됐다. 최근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로 전략무기 부문에 치중한 흐름에 이어, 북한은 전차·자주포 등 재래식 전력 개선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신형 전차 ‘천마-20’가 이날 공식 명칭과 기동 장면을 처음으로 드러냈다. 북한 공식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열린 열병식 관련 보도에서 이 전차를 “막강한 공격력과 믿음직한 방호체계를 갖춘 현대식주력땅크”라고 소개했다. ‘천마-20’의 특징은 적 전차 무기에 자동 대응하는 ‘하드킬(능동방어체계)’ 탑재에 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피스트’와인 체계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현대전 양상을 신속히 적용하려는 조치로 분석됐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북한군의 하드킬 능동방어체계 개발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며 “북한은 이미 대응탄 요격시험까지 선보였지만 우리 군은 아직 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기계화·포병전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번 열병식에서 선보인 신형 155㎜ 자주포는 기존 북한군 152㎜ 계열 자주포보다 현대화와 기동성, 사거리 면에서 진일보한 장비로 평가됐다. 전문가들은 이 자주포가 포병의 신속 배치와 화력전에서의 생존성을 크게 높였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신형 자주포는 대남 타격 옵션을 다양화해 전장 전술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드론 전력 확대도 이번 열병식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북한군이 공개한 무인기 발사 차량은 러시아산 ‘란셋-3’ 발사대와 흡사하게 설계된 북한식 시스템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 파병 경험이 북한군 전력 곳곳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자폭 드론 전력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의 실전 경험을 재빨리 도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열병식에는 길리슈트로 위장한 저격병 등 특수부대 인력도 대규모로 등장했다. 길리슈트는 드론과 열영상 장비에도 잘 노출되지 않는 기능성 위장복으로, 현대전의 특성을 반영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북한군은 지난 4월과 8월에도 해당 위장복을 입고 훈련하는 군인들을 공개한 바 있으며, 이번에는 그 규모와 형태에서 더욱 현실적인 전술 훈련 결과물을 드러냈다.
한편 북한군은 우크라이나 파병 초기 러시아군과 함께 행동하다 고전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신 장비 도입과 전술 개혁의 필요성을 실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향후 드론 전력 강화, 기갑부대 능동방어체계 적용, 신형 자주포의 실전 운용 확대 등 ‘핵-재래식 통합 전략’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재래식 전력 현대화 움직임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방부는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며 우리 군의 대응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정부는 적 전력 현대화 양상에 맞춰 방위력 개선 및 대응 전략 재정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