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KOSPI 이틀새 20% 급등…AI 버블 논란에 국내외 공포 심리 확산
인공지능 AI 버블 논란이 다시 부각되며 한국과 미국 증시가 동반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코스피200 변동성지수 VKOSPI가 이틀 만에 20를 넘게 급등했다. 주가 급락 가능성에 베팅하는 수요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가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AI 성장주에 대한 차익 실현과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며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가 위축된 결과로 보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VKOSPI는 이날 오전 9시 36분 기준 41.37을 기록했다. VKOSPI는 17일 34.36에서 18일 39.26으로 급등한 데 이어 이날 장 초반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이틀 동안 20.4 상승률을 보였다. 옵션 가격에 내재된 향후 주가 변동 기대 수준을 반영하는 VKOSPI는 일반적으로 코스피 지수가 급락할 때 동반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VKOSPI 수준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로 글로벌 증시가 크게 흔들렸던 2018년 4월 7일 44.23과 AI 버블 우려와 미중 갈등 부각으로 코스피가 장중 한때 3.46 하락했던 이달 7일 41.88 이후의 높은 수준이다. 단기간에 변동성 지수가 40 선을 넘어선 것은 국내 투자심리가 그만큼 위축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AI 과열 논란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미국 시장에서도 공포 심리가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CNN이 산출하는 공포와 탐욕 지수 Fear Greed Index는 현재 11을 기록하며 극단적 공포 구간에 머무르고 있다. 이 지수는 약 1주일 전인 11일까지만 해도 34로 공포 단계에 있었으나 이후 단기간에 크게 낮아지며 투자자 불안이 한층 강화된 양상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포와 탐욕 지수가 상호관세 쇼크로 급락장이 나타났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투자심리가 극단적 공포 국면에 진입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투자심리가 취약한 국면에서는 대부분의 재료에 대해 부정적인 해석이 강해지는 경향이 짙어지며, 작은 악재에도 과민 반응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연구원은 전날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 엔트로픽의 파트너십 체결 소식도 본질적으로는 긍정적인 기술 협력 이슈지만, 시장에서는 닷컴버블 붕괴 직전 확산됐던 돌려막기 투자와 유사하다는 비관적 시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기대 심리가 과열된 상태에서 나오는 추가 호재성 뉴스가 오히려 버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현재와 같은 부정적인 증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분기점으로 20일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지목했다. AI 랠리를 주도해온 핵심 종목인 만큼,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과 보수적이지 않은 가이던스가 제시될 경우 투자심리 회복의 단초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경우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미국 증시는 전날 AI 버블 논란과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며 3대 주요 지수가 모두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07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0.83, 1.21 떨어졌다. 다우와 S P500 지수는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나스닥 역시 2거래일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억만장자 투자자 피터 틸을 비롯한 일부 기관투자가가 엔비디아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결정이 AI 버블 우려를 다시 자극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미국 경기와 노동시장의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됐고, 이 영향이 글로벌 증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도 투자심리 위축이 그대로 반영되며 코스피는 19일 장중 급락했다. 코스피는 이날 장중 한때 전장 대비 2.50 하락한 3,854.95까지 밀렸다가 이후 반발 매수세가 일부 유입되며 낙폭을 줄였고, 오전 10시 현재 1.0 내린 3,914.04를 기록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주와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매물이 출회되며 지수를 압박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변동성 지수 급등과 공포 심리 확산이 단기적으로는 추가 하락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과도한 비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향후 시장 방향은 엔비디아 실적과 미국 경기지표, 미중 갈등 관련 변수 등 대외 요인에 좌우될 전망이며, 당국은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시장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해 밝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