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폭력 아닌 정치”…나경원 등 26명 결심공판서 혐의 부인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을 둘러싼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전현직 의원 26명이 법정에서 다시 한 번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6년 5개월여 만에 열린 1심 결심 공판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 등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정치적 충돌의 본질을 강조했다.
15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장찬 부장판사)는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황교안 대표, 나경원 의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등 26인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에는 주요 피고인에 대한 신문이 이뤄졌고, 오후에는 최후진술과 검찰 구형이 이어졌다.

나경원 의원은 당시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 절차를 지키기 위한 정치행위였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회선진화법의 입법 취지는 극단적인 폭력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의회 독재나 다수당의 폭거를 용인할 수 있는지가 이 사안에서 중요하다. 충분한 참작을 바라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의원실에 간 것은 설득을 위한 것이지,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감금한 사실이 없다”며, 검찰이 초선의원 중 막내였던 자신을 표적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취지로 주장했다. 곽상도 전 의원은 “5년 동안 재판을 받아온 이 상황 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 나 뿐 아니라 다른 피고인들도 본인이 하지 않은 행동이 공소장에 포함돼 있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오후 재판에서 구체적인 구형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국민의힘 측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진 2020년 1월 이후 5년 8개월여만의 결론 단계로, 정치권 내 갈등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모양새다.
이 사건은 2019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채이배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실에 강제로 머무르게 하고, 의안과 사무실과 정개특위·사개특위 회의장을 점거해 법안 접수와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는 혐의(특수공무집행 방해 등)로 기소된 데서 출발했다. 당시 여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둘러싸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고, 물리적 충돌로 사건이 번졌다.
검찰은 이 사태와 관련해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황교안 대표,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의원 등 27명을 불구속기소했으며, 이 중 고 장제원 전 의원은 사망 사유로 공소가 기각됐다. 더불어민주당의 박범계 의원 등 전·현직 당직자 10명 역시 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돼 같은 법원에서 별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치권은 이번 결심 공판을 계기로 국회 폭력의 경계를 두고 다시 한 번 첨예한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 국민의힘과 자유와혁신 측은 ‘정치의 본질’을, 검찰과 여타 진영에서는 ‘법치주의 존중’을 강조하며 입장차를 드러냈다.
이날 국회는 6년 전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충돌의 잔상이 서린 가운데, 재판부의 최종 판단에 따라 향후 정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결론을 앞둔 이 사건을 두고 정면 충돌 양상을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