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검사·조서기소 우려”…형사법학계, 민주당 검찰개혁안에 견제장치 필요성 제기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검찰개혁안에 대해 형사법 분야 학계가 “검찰 못지않은 거대 괴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경찰 수사권에 대한 적절한 견제와 검찰의 보완수사권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5일 오후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한국형사법학회 등 5개 형사법 관련 학회가 개최한 '형사사법개혁 현안 토론회'에서는 검찰개혁의 방향과 실효성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다.
학계는 검찰 기능 해체와 수사·기소 분리 추진 과정에서 경찰 조서를 바탕으로 기소 판단이 이뤄지는 ‘조서 기소’가 현실화할 우려를 지적했다. 김봉수 전남대 로스쿨 교수는 “검찰의 조직 해체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수사권 남용의 주체가 경찰로만 바뀐 불편한 현실을 마주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중수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수사처 등이 사실상 한 체계에 속한 만큼, 공소청에도 보완수사 및 재수사 권한 등 최소한의 수사권은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수사위원회 설치안 역시 “위원회가 판단·결정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정치적 통제 우려를 제기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홍진영 서울대 로스쿨 교수 역시 “수사와 기소는 분절될 수 없는 연속선상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검사의 보완수사 폐지가 실효적으로 경찰 의견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수동적 수용, 이른바 ‘지게 검사’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무 현장에서도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보완수사 요구가 폭증하고 경찰의 부담 증대, 결국 절차적 지연과 혼란이 가중된다는 우려가 나왔다.
반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 인정은 검찰의 기존 권한 유지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재윤 건국대 교수는 “공소청 검사에게 직접 보완수사권을 부여하면 중수청이 담당해야 할 중대범죄에 검찰이 그대로 개입하게 된다”며, 실질적 권한 분리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소청 검사가 중수청·경찰청에 파견돼 법률 조언을 맡는 ‘공소청 파견 검사 조기 조언’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국형사법학회 등은 토론회에 앞서 5개 학회 회원 1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의 51%가 수사·기소 기능의 조직적 분리 입법 방향에 찬성했다고 답했으며, 보완수사권 또는 보완수사요구권 필요성에는 76%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수청 신설에는 부정 의견(50%)이 긍정 의견(36%)보다 높았고, 행정부 지휘 하의 중수청 운영에 대해 응답자의 46%가 권력 비대화 우려를 표했다.
박성민 경상대 교수는 “2000년대 이후 수사권 조정 동력은 정치권력에 기반했다”며 “진정한 개혁은 사법질서의 공정성과 국민 인권보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검찰개혁안을 두고 실질적 사법 정의와 권력 견제 장치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는 향후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각계 우려와 대안을 두고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