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레드라인 농산물 관세 압박”…한미 통상협상, 트럼프식 ‘명분과 실리’ 전략 시험대
정치

“레드라인 농산물 관세 압박”…한미 통상협상, 트럼프식 ‘명분과 실리’ 전략 시험대

김다영 기자
입력

한미 통상협상을 앞두고 쌀과 소고기 등 ‘레드라인’ 농산물 시장 개방을 두고 정부가 난관에 부딪혔다. 2025년 7월 24일 통상 당국에 따르면 미국이 일본과의 무역 합의를 선례로 내세우며 한국에도 농산물 양보와 대규모 대미 투자를 거듭 압박하고 있다. 일본이 이미 5천50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하고 쌀 등 일부 농산물을 개방하는 대가로 자동차·산업 관세를 낮추는 데 합의하자, 한미 협상에서도 유사한 ‘명분과 실리 맞교환’이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24일 통상업계 설명에 따르면 일본은 상징적 의미의 쌀 시장 확대와 대규모 투자 약속을 통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 이익을 지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 역시 농산물 시장 개방 요구와 산업 이익 간 줄타기 속에 지지율 저하 등 정치적 부담까지 짊어진 형국이다. 특히 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유전자 변형 작물 등 분야가 미국의 거센 요구를 받고 있다.

“사실상 선택권이 미국에 있어 보이는 상황에서 두 품목을 모두 지키는 것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한쪽이라도 방어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올 것이다.” 김태황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을 고려하면 상징적 개방 등 명분을 마련하고, 실리 부분에서 최대한 이익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내 농민 단체와 국회 일각에선 시장 개방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정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디지털 분야에서도 미국이 한국의 규제 완화와 서비스 시장 개방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온플법 등 현행 규제에 대해 ‘동맹인 미국 기업엔 불리하고 중국에는 유리한 규제’라고 주장하자, 규제 보완과 완화 필요성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디지털 규제 완화로 미국에게 점수를 줄 경우, 자동차·반도체 관세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미 투자 역시 협상 카드로 부각되고 있다. 일본의 ‘메가 펀드’ 투자 발표 이후, 한국 정부도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 중심으로 1천억달러 이상 대미 투자안을 검토한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협의 과정에서 4천억달러 투자를 언급하며 한국에 추가 부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조선, 반도체, 원전 등 핵심 산업 협력을 매개로 미국을 설득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와 관련해서도 미국 측과 논의가 진행 중이다. 현재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과 면담 일정을 조율 중이며, 에너지 협력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 과시형’ 협상에 대응하는 맞춤 전략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글로벌리스크팀장은 “투자 총액 등 상징적 수치를 키우고 민감 분야는 원칙적 합의에 머문 뒤 세부 조정은 추후로 넘기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정치권에서는 국내 농민단체 및 의원들을 중심으로 농산물 시장 개방 반대 목소리가 잇따랐으며, 정부는 업계·국회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 협상팀은 8월 1일 상호관세 부과 시한 이전 타결을 목표로 미국 측과 협상력을 겨루고 있다.

김다영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한국정부#트럼프#한미통상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