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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 대게 한 점”…영덕의 맛과 숲길에서 찾는 조용한 평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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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 대게 한 점”…영덕의 맛과 숲길에서 찾는 조용한 평온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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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달라졌다. 누군가는 미식의 즐거움을, 또 누군가는 조용한 산책길의 고요함을 찾는다. 영덕은 그 두 가지 모두를 품은 곳이다. 흐린 하늘 아래에서도 바다는 푸르게 출렁이고, 숲길을 걷는 발걸음엔 다시 돌아올 마음의 묵직함이 깃든다.

 

요즘은 영덕 대게거리가 예전보다 더 북적인다. SNS에는 화려하게 플레이팅된 대게 사진과 항구를 배경 삼은 인증샷이 연이어 올라온다. 강구항에선 새벽 어판장 소리로 하루가 시작되고, 여행자는 그 신선함을 곧장 맛볼 준비를 한다. 대게철이 아니어도, 이곳의 수산시장은 항상 싱싱함으로 가득하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영덕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영덕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영덕의 주요 해안도로와 강구항에는 평일에도 타지 차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도시보다 비가 내릴 확률이 높으니,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우산을 챙기고 실내 대기 공간을 미리 찾아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낚시꾼들과 여행객이 뒤섞인 오십천과 바닷가에는 각자의 방식대로 머무는 이들이 부쩍 많아진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바다와 숲, 그리고 지역 특유의 한적함이 도심 피로감을 덜어주는 요소라고 설명한다. 한 여행 칼럼니스트는 “영덕은 대게처럼 속살이 단단한 여행지”라며 “짧은 산책만으로도 일상의 속도를 줄이고, 깊은 휴식을 경험할 수 있다”고 느꼈다. 메타세콰이어 숲길을 걷다 보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과 햇살이 마치 어릴 적 고향길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말도 덧붙인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창밖이 흐리면 오히려 대게 먹으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 “숲길이 한적해 혼자 사색하기에 딱 좋은 곳”이라는 온라인의 많은 공감이 이어진다. 실제로 기자가 들른 영해 벌영리의 메타세콰이어 숲은 소음에서 벗어나 사진을 찍고, 오랜만에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이들로 조용하게 채워졌다.

 

영덕신재생에너지전시관 역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들판 한가운데서, 전시관을 둘러보며 미래 에너지를 생각하는 시간은 여행의 또 다른 기억이 된다. 아이와 함께 놀란 듯 돌아보는 가족, 조용히 관람하는 연인들 모습에 어느새 나도 새로운 시선을 얻게 된다.

 

작고 사소해 보일 수 있는 한 끼 식사, 조용한 산책, 미래를 그려보는 학습의 순간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조금씩 삶의 리듬을 발견한다. 영덕에서의 하루는 바쁘게 흐르지 않는다. 먹고 걷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되는 시간,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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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대게#메타세콰이어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