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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인플레이션 ‘역사적 저점’…밀레이 대통령 긴축 드라이브, 사회 충격 심화→경제 회복 이어질까”
국제

“아르헨티나 인플레이션 ‘역사적 저점’…밀레이 대통령 긴축 드라이브, 사회 충격 심화→경제 회복 이어질까”

윤선우 기자
입력

아르헨티나 경제의 뿌연 대기 너머 희미한 희망의 불빛이 번지는 계절,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마다 오랜 고통의 흔적을 지우려는 저릿한 긴장감이 깃들었다. 지난 5월,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5% 상승하며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오름폭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이라는 집단적 불안에 오랜 시간 시달려온 시민들은 얼어붙은 숨결 너머 작은 안도의 기색을 냈지만, 경제 회복의 대가는 더욱 단호한 긴축과 사회적 충격을 동반했다.

 

아르헨티나 국립통계청은 2025년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5% 상승해 2020년 5월 이래 처음으로 낮은 폭의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작년 동월 276.4%로 치솟았던 연간 인플레이션은 이번 발표에서 43.5%까지 하락하며 13개월 연속 완연한 진정세로 접어들었다. 세계 어디에 견주어도 여전히 높은 수치이지만, 이 나라에게는 남미 겨울 바람만큼이나 신선한 변화의 신호다. 

아르헨티나 물가상승률 5년 만에 최저…5월 IPC 1.5% 상승
아르헨티나 물가상승률 5년 만에 최저…5월 IPC 1.5% 상승

물가를 세분화해 보면, 통신과 식당, 의료 분야에서 비교적 높은 상승세가 이어졌으나, 교통 및 식품, 담배 등 민생과 직결된 주요 영역에서는 물가 변동이 미미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물가 안정의 물줄기를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집권 이후 더욱 촘촘해진 공공 부문 구조조정, 정부 지출 축소에서 찾는다. 실제로 밀레이 대통령은 특유의 강한 언사를 곁들여, 경제부 장관 루이스 카푸토와 함께한 사진을 ‘아르헨티나 역사상 최고의 경제 장관’이라는 극찬과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재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독자적 시장전망조사에서 “10월 총선 무렵에도 월간 인플레이션이 1.7%대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낙관을 내놨다. 실제로 재정 흑자 달성 등 거시경제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공공부문 일자리 대규모 해고, 정부 조직 개편, 연금 인상 거부 등 충격파도 여전히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프랑스 AFP통신 등은 “긴축 정책의 대가로 구매력이 축소되고 고용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간명한 목표 아래, 잠깐의 평온 뒤에 피어난 일상의 그늘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른 셈이다.

 

국제사회는 진통을 딛고 인플레이션 누적을 억제한 아르헨티나의 순항에 신중한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장기화될 경우 사회적 분열과 국민 생활의 추가 희생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잇달아 제기된다. 재정 건전성과 경제 안정의 흔들리는 저울추 위에서, 아르헨티나가 그리는 내일의 곡선은 아직 포근한 안도보다는 서늘한 물음으로 남아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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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밀레이대통령#인플레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