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투석 필터 국산이 임상 진입”…협력 생태계, 공급망 안정 이끈다
혈액투석 필터의 국내 개발이 수십년간 수입에 의존했던 의료기기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의 주도로 완성된 국산 혈액투석 필터가 임상시험과 실제 처방에 이르며, 공급망 안정과 의료기기 자립의 상징적 전환점이 됐다. 업계는 이번 성과를 ‘글로벌 의료기기 국산화 경쟁’의 기폭제로 평가한다.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은 27일 혈액투석 환자 치료에 사용되는 혈액투석 필터의 국산화 기술이 성공적으로 개발돼, 서울대학교병원 등 5개 상급병원 임상 시험을 거쳐 실제 임상 처방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국산 혈액투석 필터는 그간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던 의료기기를 대체하는 것으로, 병원-기업-연구기관의 협력 연구과제를 통해 1년 이상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기술 측면에서 국산 혈액투석 필터(시노플럭스, ㈜시노펙스)는 대표 글로벌 제품과 뚜렷이 비교되는 기술적 성과를 냈다. 임상에서는 요소제거율(URR), 혈액투석 적정도(spKt/V), 중분자 독소(β2-마이크로글로불린 등) 제거율, 알부민 보존 등의 핵심지표를 세계 1위 제품과 직접 비교했다. 소분자 독소에 대해선 동등 이상의 제거 효율을, 중분자 독소 영역에서는 오히려 글로벌 제품을 앞서는 성능을 시현했다. 알부민 손실, 저혈압, 혈전 등 안전성 지표 역시 기존 제품과 대등한 수준을 유지, 성능과 안전성을 국내외 데이터로 증명했다.
이러한 성능검증을 바탕으로, 혈액투석 환자의 치료 실효성과 의료기관의 선택권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그간 환자 치료에 필수임에도 외산 제품 일변도의 시장 구조에서, 국내 생산기기가 실제 임상에 적용되면서 환자 안전망과 비용 절감, 공급망 안정화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 국산 혈액투석 필터의 임상 성공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보건 안전 이슈가 대두되는 가운데 정부, 병원, 기업이 긴밀히 협력한 융합혁신례로 꼽힌다. 대형 병원 임상 및 다기관 네트워크를 통한 실사용 평가 모델은 국내 의료기기 개발 생태계 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미국, 독일 등 해외서는 자체 의료기기 내재화와 전략적 판로확대를 동시에 추구하는데, 이번 성과가 국내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마중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서울대병원 등은 “임상 데이터와 SCI 논문 등 학술·규제 근거 축적을 기반으로, 당장 국내 시장에서의 대체뿐 아니라 글로벌 수출 확대까지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임상 처방 진입 이후 의료기기 인증·고도화 여부, 유통·구매 과정 상 장애요소 등은 향후 제도적 뒷받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혈액투석 필터 국산화는 팬데믹,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 국내 의료기기 자립 가능성과 임상·산업 생태계 확장 모델을 동시에 증명한 사례로 본다”며 “산업계는 이 기술이 의료 현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지 실질적 평가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