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USA로 관세 우회”…셀트리온, 릴리 미국 공장 인수로 생산능력 확대
셀트리온이 미국 생산기지를 본격 가동하면서 바이오 산업 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중추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 강화되는 바이오의약품 수입 관세 장벽 속에서 셀트리온이 일라이 릴리의 뉴저지 브랜치버그 공장을 약 4600억원에 인수한 결정은 국내 바이오기업의 글로벌 전략이 한층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업계는 현지 생산체계 전환이 ‘메이드 인 USA’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셀트리온은 미국 내 관세 리스크에서 완전히 이탈했다. 서정진 회장은 “관세 요구에는 현지 생산이 최선의 해법”이라며, 인수 및 운영, 증설을 합해 최소 1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대상 공장은 이미 대규모 바이오 원료의약품(DS) 생산설비와 물류, 기술지원동 등 캠퍼스형 인프라를 갖췄으며, 신규 건설 대비 투자 기간과 비용 절약, 즉각 투입 가능성이 큰 강점으로 꼽힌다.

기술적으로 셀트리온은 인수 즉시 미국 현지에서 제품 생산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기존 공정과 비교해 5년 이상 소요되던 신설 공장 구축기간을 단축하고, CMO(위탁생산) 계약도 병행해 안정적인 매출 창출을 도모한다. 특히 브랜치버그 공장은 약 4만5000평 규모로, 1만1000평의 유휴 부지도 확보돼 향후 생산 설비 증설과 시장수요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완공 시 인천 송도 2공장 대비 1.5배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성이 높은 미국 시장에 직접 생산ㆍ공급이 가능해진 만큼 관세 부담 해소는 물론 신속한 제품 공급, 미국 내 바이오의약품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역량도 갖추게 됐다. 현지 생산 및 공급망 내재화를 바탕으로 장기적 성장동력과 가격 경쟁력도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바이오기업 중 현지 공장 인수와 CMO 장기계약 동시 확보는 드문 사례로, 셀트리온은 릴리로부터 생산 경험 인력 고용도 온전히 승계해 공정 안정성을 극대화했다. 유럽, 일본 등도 생산 현지화·탈중국 전략을 강화하는 가운데, 셀트리온이 이번 계약을 계기로 미국 수출 시장의 리스크 관리에서 한걸음 앞섰다는 평가다.
미국 정부의 승인 등 남은 절차 후 내년 말부터 미국 공장 본격 가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지 생산제품은 미국 시장에 한정 공급할 예정이며, 생산시설 증설에는 3년 안팎이 소요된다. CMO 계약을 통한 안정적 매출, 투자금 회수도 기대된다.
업계는 미ㆍ중 공급망 리스크가 심화하는 가운데, 셀트리온 등 국내 기업의 현지화 전략이 산업 생태계 자체를 재정의할 수 있다고 본다. “관세를 우회하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혁신을 이끌 수 있다”는 진단이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