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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공기서 물 만든다”…노벨상, MOF 혁명에 주목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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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유기 골격체(MOF) 기술이 화학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올해 노벨 화학상은 MOF의 원리를 정립하고 응용 가능성을 확장한 미국, 일본, 호주 출신 교수 3인에게 돌아갔다. 이들의 연구는 사막의 건조한 공기에서 물을 뽑아내고,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포집하는 미래형 소재를 제시하며 맞춤형 기능성 물질 설계의 시대를 열었다. 업계는 이번 수상이 화학 산업 내 ‘혁신 소재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스웨덴 노벨상위원회는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일본 교토대 기타가와 스스무 교수, 호주 멜버른대 리처드 롭슨 교수, 그리고 미국 UC버클리 오마르 야기 교수를 선정했다. 세 교수가 공동 개발한 MOF는 일종의 분자 건축물로, 금속 이온이 구조체의 주춧돌 역할을, 긴 유기 분자가 이들을 연결하는 구조다. 이 조합을 통해 넓은 내부 공간, 즉 기체나 화학 물질 저장에 유리한 다공성 구조가 생긴다. 이 공간을 활용해 특정 물질만 선택적으로 포집하거나 반응시킬 수 있어, 기존 소재의 한계를 넘어선 미세 조정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MOF의 핵심은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해 목적에 맞는 고유한 물질을 설계한다는 점이다. 1989년 롭슨 교수가 구리 이온 및 4가지 팔을 가진 분자를 결합한 후, 스스무 교수가 MOF 구조의 유연성과 내부 기체 순환 기능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야기 교수는 안정성이 뛰어난 MOF를 만들어 상업적 활용 가능성을 크게 높였으며, 합리적 분자 설계를 통해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운 신소재 조합을 제시했다. 실제로 MOF는 기존 물질로는 구현이 불가능한 물질 저장, 반응 촉매, 전기 전도 등 다기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물질 설계 패러다임을 확립했다.

 

시장에서는 MOF 기술의 응용 가능성을 높게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 사막 지역 수자원 확보, 유독 가스 저장, 신약 개발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MOF로 환경 내 유해 화학물질을 분리하거나 나노 수준에서 의약품 잔여물 제거에도 활용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실제 적용 사례에서는 기존 소재보다 효율이나 내구성이 월등히 높아, 친환경 기술 시장에서 MOF 기반 소재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 유럽 연구진이 MOF 상용화 및 대량생산 연구를 선도하는 가운데,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권에서도 다기관 협업 연구와 플랜트 공정 응용이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특허 출원 경쟁이 치열하며, 미국과 EU는 MOF 응용 제품의 환경 인증 심사 절차를 강화해 시장 진입 전략의 변수가 되고 있다. 국내 산업계에서도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정책 및 환경규제 대응 전략과 맞물려 MOF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최근에는 환경·수자원 정책과 맞물려 MOF 소재 표준화, 안전성 검증, 대량생산 공정 정립 등의 규제와 인증 이슈가 부상하고 있다. 특히 식약처, 환경부 등은 MOF 활용 제품의 인체 영향・환경 방출 경로 등을 엄격히 심사하고, 산업계 대응 가이드라인 마련을 논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MOF가 실환경에서 본격 활용되는 시점이 신소재 산업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김자헌 숭실대 교수는 고체화합물의 정밀 설계 규칙을 확립한 이번 수상이 다양한 분야에서 미치는 파급효과에 주목했다.

 

산업계는 MOF 기술이 실제 공급망 및 시장 전환에 성공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술과 규제, 실증 및 사업화의 속도 조절이 신성장 시장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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