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공장 인수”…셀트리온, 관세 리스크 털고 생산 확대
바이오의약품 업계가 대외 리스크에 대응하는 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미국 현지 대형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 인수를 추진하며, 관세 및 공급망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생산 구조의 현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조치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현장 생산 시대가 본격화되고, 전략적 투자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29일, 셀트리온그룹 서정진 회장은 미국에 위치한 대형 항체의약품 원료의약품(DS) 생산시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 리쇼어링(생산기지 본국 회귀) 정책 등 미국 내 보호무역주의 심화의 영향으로 결정됐다. 셀트리온은 K-바이오 기업 중 최초로 미국 현지 생산시설 인수를 공식화했다. 해당 시설은 항암제·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핵심 제품을 생산해왔으며, 인수 이후 공정 밸리데이션 등 인증 절차를 거쳐 2025년 4분기부터 셀트리온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의 핵심은 ‘메이드 인 USA’ 요구에 대응하며, 관세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차단한다는 점이다. 셀트리온은 약 7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시설 인수와 현지 밸리데이션을 마친다는 전략이다. 특히 전체 설비의 절반은 위탁생산(CMO) 형태로 피인수 기업의 제품을 5년간 생산, 인수 직후부터 즉각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나머지 절반에서는 셀트리온의 고유 바이오의약품 생산이 추진된다. 또 2년치 재고 비축, 현재 가동 중인 미국 현지 위탁생산(CMO) 활용 등 단계별 공급망 안정 대책도 병행 중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한국 바이오 기업이 직접 현지 공장 인수를 추진한 것은 관리비 부담·인수 비용 등 높은 진입장벽을 감수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현지 생산거점 확보로 관세 200% 등 가파른 정책 변동에 대응 수단을 마련하게 된 셈이다. 셀트리온은 인수 이후 추가 증설을 통해 송도 2공장의 1.5배에 달하는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원료의약품(DS)부터 완제의약품(DP) 및 포장·물류까지 전주기 현지 생산 체계를 완성하면 원가 절감과 물류비 감소 효과가 기대된다.
국내외적으로 공급망 재편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셀트리온의 선제적 인수 전략이 한국 바이오업계 전체에 파급효과를 미칠지 주목된다. 다만 단기적으론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은 별도로 분리해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연말 이후 미국 내 CDMO 투자계획 구체화 등 추가 후속조치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의약품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생산 경쟁은 불가피한 흐름으로 보인다”며 “관세·수출규제 등 대외 변수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생산거점 확보가 산업 전환의 추동력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셀트리온이 현지 공장 인수를 계기로 시장 불확실성을 어떻게 해소할지, 그리고 타 기업들의 후속 전략 변화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