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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소액결제 피해자만 200명”…조선족 용의자 2명 인천공항·영등포서 연쇄 검거
사회

“KT 소액결제 피해자만 200명”…조선족 용의자 2명 인천공항·영등포서 연쇄 검거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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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이 KT 소액결제 해킹 사건의 핵심 용의자로 지목된 중국 국적 40대 남성 2명을 각각 인천공항과 서울 영등포구에서 잇따라 체포했다. 이들은 불법 소형 기지국 장비로 KT 이용자들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대규모 소액 결제를 유도한 뒤 이를 현금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추가 피해가 속출하며 통신 보안과 개인정보 관리 실태에 대한 우려가 재차 커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에서 입국한 A씨(48)를, 이어 같은 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서 B씨(44)를 각각 체포했다. 두 사람은 모두 중국교포로,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불법 소형 기지국(통신설비·안테나 포함)을 차량에 싣고 수도권 일대를 이동하며 KT 이용자 휴대전화를 해킹, 모바일 상품권 구매 및 교통카드 충전 등 방식으로 소액 결제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B씨는 이러한 부정 결제 금액을 현금화한 혐의를 받는다.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체포 당시 경찰은 범행에 쓰인 불법 기지국 장비도 확보했다. 현재 밝혀진 바로는 기지국 장비를 이용해 피해자 명의의 휴대전화 정보를 빼내고 소액 결제까지 연결하는 과정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A씨가 단독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 조력자 존재 가능성도 있다’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용의자가 서로 공모했는지, 실제 만난 사실이 있는지 등 구체적 관계도 아직 조사 중이다.

 

A씨와 B씨 모두 통신사 근무 이력이나 설치업 관련 경험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그간 주로 일용직 노동에 종사해왔으며, 지도나 소프트웨어 등 기술적 백그라운드는 드러나지 않았다.

 

사건은 지난달 27~31일 광명시 소하동 일대 KT 이용자들로부터 새벽시간대 무단 소액결제 신고가 접수되면서 불거졌다. 이후 서울 금천, 인천 부평, 경기 부천·과천 등 인근 지역에서도 유사 피해가 보고됐다. 9월 12일 기준 경찰 집계로만 199건, 피해액 약 1억 2,600만 원에 달한다. KT 자체 집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는 278건, 1억 7천여만 원까지 파악돼 실제 피해 규모는 더 불어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초기 수사 단계에서 용의자 신원을 특정했으나, A씨가 이미 중국에 출국해 있어 언론에 일시적으로 엠바고(보도유예)를 요청했다”며 “A씨가 용의 사실을 모르고 입국하면서 공항에서 바로 검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경찰은 법원 발부 체포영장 및 현장 긴급체포를 적용한 뒤, 구속영장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이 알려진 이후 피해자들과 일부 시민단체는 KT와 경찰의 대응 속도, 통신망 보안 체계의 실효성 등을 문제 삼으며 보상과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경찰은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영장 신청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범행 동기 및 경위를 수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불법 기지국 장비를 통한 통신 해킹 방지 대책, 통신사별 보안 강화 조치에 대한 논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찰과 당국은 추가 피해 접수와 함께 수사를 확대하면서 사건의 전모를 규명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통신 보안 사각지대 해소와 재발 방지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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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kt#경기남부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