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특검, 윤석열 전 대통령 내주 소환 추진”…‘VIP 격노 문건’ 허위 판단
채상병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둘러싼 정치적 충돌이 해병대 순직해병 특별검사팀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고조되고 있다. 10일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다음 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공식 밝혔다. 직접 소환장을 받게 될 윤 전 대통령이 특검팀 요구에 응할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13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출석요구서를 발송할 예정”이라며 “통보 후 통상 며칠간 말미를 주는 만큼 내주 후반쯤 소환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직권남용 및 범인도피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은 핵심 의혹으로 지목된 ‘VIP 격노’의 당사자로, 대통령실과 국방부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특정 인사를 혐의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을 받고 있다.

아울러 국가안보실, 법무부, 외교부 등을 동원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를 도왔다는 의혹도 수사 선상에 올랐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을 5차례에 걸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는 등 혐의 입증 작업을 강화해왔다. 결국 특검 출범 100일여 만에 수사 초점은 윤 전 대통령 개인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소환 조사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는 지난 7월 재구속된 후 내란·김건희 특검팀의 수사와 재판에는 전면 불응해왔으나, 지난달 26일 내란특검팀의 추가 기소 관련 첫 공판과 보석 심문에서는 모습을 드러냈다.
특검팀은 수사 막바지에 접어들며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신병 처리 방향과 기소 여부에도 윤곽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민영 특검보는 “주말과 휴일 보강 작업을 거쳐 13일경 신병 처리 대상 및 구체적인 내용을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수사에서 쟁점이 된 ‘해병대 순직사고 조사 관련 논란에 대한 진실’ 문건에 대해서도 특검은 허위공문서라고 공식 판단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종섭 전 장관과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이 악화된 여론을 수습하기 위해 해당 문건을 작성, 국민의힘 의원실과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등 보수 단체에 배포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수사선상에 추가로 올랐다.
문건은 2023년 9월 국방부 내부에서 12쪽 분량으로 작성됐으며,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가 미흡했고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가 정당했다는 취지가 담겼다. 국방부 군사보좌관실에서 초안이 만들어진 뒤, 법무관리관·국방정책실 등을 거쳐 수정됐고 이후 관련 단체에 전달됐다.
한편, 특검팀은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과 관련해 오는 12일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한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로, 지난 1일에 이어 두 번째 조사 대상이 됐다. 특검은 인사 검증 과정과 청와대 지시 여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할 예정이다.
정치권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치적 표적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책임 있는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특검팀의 윤 전 대통령 소환 방침이 전해진 직후, 국회 주변과 여야 진영에서는 특검 수사를 둘러싼 긴장감이 한층 높아졌다. 특검 측은 “향후 법적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향후 특검 수사 결과와 윤 전 대통령의 출석 여부에 따라 정치권 공방이 더 가열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