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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영상 제작 패러다임 바꾼다”…트웰브랩스, 오징어게임 제작사서 투자 유치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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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웰브랩스가 개발한 영상 이해 인공지능(AI) 기술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제작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오징어게임'의 제작사 퍼스트맨 스튜디오(Firstman Studio)는 영상AI 스타트업 트웰브랩스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콘텐츠 제작사가 최신 영상AI 기술에 직접 뛰어들면서, AI가 콘텐츠 산업 가치 사슬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업계는 이번 투자 결정을 ‘글로벌 스튜디오의 AI 기술 눈높이’가 바뀌는 분기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트웰브랩스는 영상의 화면, 소리, 맥락 정보를 초거대 AI로 입체적으로 분석해 수백 시간 분량 영상에서 특정 장면을 단 몇 초 만에 찾아낼 수 있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이 기술은 글로벌 스튜디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방송사 등에서 아카이브 영상을 효율적으로 찾고 사용하는 데 이미 적용되고 있다. 실제 글로벌 영상 아카이브의 활용률은 5%에 그쳐, 막대한 콘텐츠 자산이 방치되고 있다는 산업적 비효율이 지적돼 왔다. 트웰브랩스의 AI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어 스토리텔링, 광고 배치, 하이라이트 추출, 영상 복원 등 콘텐츠 기획·제작의 전반적인 혁신을 유발하고 있다.

트웰브랩스의 특징은 생성형 AI처럼 새로운 영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고품질 영상을 정밀 분류, 색인화해 실질적인 창작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장면단위 메타데이터 자동 생성, 영상 내 오디오·텍스트·이미지 동시 인식, 편집자와 감독이 원하는 장면 검색 및 활용 등 영상작업의 결정적 병목을 푸는 수준까지 기술을 고도화했다. 이를 통해 광고 적합 장면 자동 선별, 스포츠 클립 검색, 옛날 영상 복원 등 다양한 현장 용도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퍼스트맨 스튜디오의 황동혁 대표(‘오징어게임’ 감독)는 “창작의 글로벌화, 스피드 경쟁 시대에서 트웰브랩스 AI가 완성도와 효율성 모두를 끌어올릴 필수 기술”이라며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업계는 미국,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OTT 역시 비슷한 영상AI 솔루션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구글, 엔비디아 등도 텍스트-영상 복합 AI 개발에 나선 가운데 트웰브랩스는 한국인 창업, 기술 단독 개발, 글로벌 스튜디오 다수 도입 등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위치를 확보한 상태다.

 

규제 측면에서는 AI 기반 메타데이터 생성 결과의 저작권, 영상 프라이버시 보호, 창작 통제권 문제 등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외 방송통신법, 개인정보 보호법 등과의 조율도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영상AI가 없으면 대규모 아카이브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이재성 트웰브랩스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현장에서의 실제 투자가 당사 기술의 문제해결력을 입증한 셈"이라며 "창작자와 스튜디오 등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트웰브랩스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AI 스타트업으로, 영상 요약 생성·질의응답 AI ‘페가수스’와 장면 검색형 AI ‘마렝고’ 등 독자 모델과 기술을 제작해왔다. 2024년 기준 글로벌 100대 AI 스타트업(‘CB 인사이트’ 선정)에 4년 연속 선정, 엔비디아, 네이버, 데이터브릭스 등으로부터 누적 1억7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4월에는 아마존 베드록 공식 공급사로 이름을 올리며 기술 신뢰성을 인정받았고, 네이버 벤처스의 첫 실리콘밸리 투자처로도 꼽혔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영상AI의 도입은 글로벌 표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콘텐츠 산업 내 AI의 시장 정착 속도가 제작 환경, 정책적 논의 수용성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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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웰브랩스#퍼스트맨스튜디오#영상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