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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소텔 글로벌 판권 확보”…보령, 항암제 해외 시장 진출 선언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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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독성 항암제 판권 인수가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새로운 경쟁 구도로 떠오르고 있다. 제약사 보령이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항암제 ‘탁소텔’의 국내외 사업권 및 생산권을 포괄하는 대규모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탁소텔은 미국 FDA 최초 승인 후 30년 가까이 유방암, 위암, 전립선암 등 주요 고형암 치료 표준으로 자리잡아 온 오리지널 세포독성 항암제다. 이번 계약은 계약금 1억6100만 유로, 추가 조건금 1400만 유로 등 최대 2878억 원 규모로, 업계는 보령의 글로벌 항암제 유통·판매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분기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보령은 인수 계약에 따라 한국, 중국, 독일, 스페인 등 19개국 및 남미, 중동 주요 국가에서 탁소텔 관련 비즈니스 권리 일체를 가져간다. 각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거쳐 보령 예산캠퍼스에서 직접 항암제를 생산, 글로벌 공급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보령은 이미 2021년 ‘젬자’, 2023년 ‘알림타’ 등 오리지널 항암제의 국내 유통 및 생산전환 노하우를 축적해 지역 내 공급망 안정화와 자사 생산 내재화를 선도해 왔다. 이번 탁소텔 인수는 국내 사업권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판권까지 확보했다는 점에서 기존 국내 제약기업과 차별화된 행보다.

탁소텔은 현재 합성 세포독성 항암제로, 다양한 암종의 표준치료 및 병용요법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사노피 집계에 따르면, 2023년 전세계 매출은 7000만 유로(약 1154억 원)에 달했다. 기존 분자표적·면역항암제 대비, 빠른 생산전환과 값싼 단가로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성이 높다는 이점이 있다. 여기에 병용요법 등 임상경험이 축적되며 적응증 확대도 진행 중이다.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는 이미 대형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 판권 매각·인수가 빈번하다. 최근엔 주요 국가별 인허가 이슈와 공급망 불안정, 필수약제 수급 위기가 겹치며 중견 제약사의 글로벌 진출 창구로 오리지널 판권 인수를 노리는 경쟁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보령의 케이스는 향후 국내 기업의 자체 생산·공급 역량 강화, 해외 진출 모색이라는 공식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규제 측면에서는 각국 식약처 수준의 인허가 절차와 함께, 원료·품질관리, 라이선스 권리 이전까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보령은 자사 생산능력을 활용, 내재화와 제형 개선, 병용전략, 신규 적응증 연구 등 연구개발(R&D) 연계로 외연 확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보령이 글로벌 항암제 원천사업권을 확보, 국내 제약기업의 해외 오리지널 의약품 시장 진출 모델을 본격화할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 내재화와 공급망 안정, 적응증 확대가 융합될 때 국내 바이오 산업의 실질적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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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사노피#탁소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