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데몬 헌터스 세계화가 외교 현장서 통했다”…박윤주, 한미일 협력 강조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장에서 문화콘텐츠가 외교 현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3국 외교장관회의에서는 북한 문제 등 주요 의제를 진지하게 논의하다가 회담 말미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오징어 게임’이 거론됐다. 공식 현장에 K팝 애니메이션이 등장한 것을 두고 3국 협력이 세계 문화 교류로 확장되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일본 소니 그룹이 미국에서 설립한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K팝을 주제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언급하며, 작품이 미국 넷플릭스를 통해 뻗어나가고 있어 3국 협력의 의미를 부각했다고 전했다. 이는 딱딱한 회의 분위기를 이완시키는 동시에, 문화교류의 선순환 구조로 한미일이 맞닿아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아이돌이 악령과 맞서는 독특한 소재로, 지난달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를 두고 박 차관은 “세계에 확산되는 한류가 한미일 협력과도 궤를 같이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아직 해당 작품을 시청하진 못했지만 ‘오징어 게임’은 매우 흥미롭게 봤다”고 답했으며,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도 “K팝을 좋아한다”고 화답했다. 회의장에는 유쾌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회의 후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도 박 차관과 루비오 장관은 나란히 앉아 회의 시작 직전 별도의 대화를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했다. 외교가에서는 3국 장관들이 문화콘텐츠를 매개로 소통하며 외교 협력의 범위를 넓혔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번 삼자외교장관회의 개최 자체도 한미일이 협력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국제사회에서 재확인한 효과를 가져다줬다. 특히 한국은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박윤주 차관이 대리 참석했고, 이 과정에서 기존에 쉽지 않았던 미·일과의 양자회담도 이번 3자 논의로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한미일 정상외교가 경제·안보뿐 아니라 문화까지 외연을 넓히는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문화콘텐츠를 포함한 다각도 협력 채널을 강화할 계획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