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인 지연에 무너진 개막전”…KOVO 사무국, FIVB 규정 혼선→대회 정상화 물음표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의 막이 오르지도 못한 채 끝났다. 총성 없는 경기장에는 예고 없는 변화가 불러온 허탈함만이 남았다. 자정 지나 FIVB의 허들을 넘지 못한 KOVO의 결정으로, 전국에서 모인 관계자들마저 당황한 분위기에서 초청팀 나콘라차시마는 한 차례의 공식 경기도 치르지 못하고 한국을 등졌다.
이번 대회는 처음부터 균열이 보였다. KOVO 사무국은 FIVB의 공식승인을 받지 못한 채 대회 진행을 추진했다.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받지 않은 점, 세계선수권 일정과의 중복에도 규정에 대한 자의적 해석 미숙이 겹치며 혼란이 더해졌다. FIVB는 개막 수 시간 뒤에 조건부로 대회 개최를 허락했으나, 초청팀은 귀국을 준비하는 등 사실상 운영이 무력화됐다.

결국 나콘라차시마는 간단한 연습경기만을 소화한 뒤 귀국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외국팀과 외국인 선수 참가가 불가하다는 FIVB의 조치에 따라, 관계자들은 긴장과 우려가 교차하는 표정으로 경기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KOVO 사무국의 준비 미숙은 초청팀 뿐 아니라 대회에 참여한 다수 구단과 선수들에게 예기치 못한 혼란을 남겼다.
근본적 문제는 ITC 발급이라는 기본 절차의 누락이었다. KOVO는 “이벤트 대회이니 ITC 없이 진행해도 된다”는 입장이었으나, FIVB는 차가운 원칙만을 재확인했다. “세계선수권이 끝난 뒤 3주 이상 리그 개시”라는 국제 규정은 대회가 상금까지 걸린 정규 대회 수준임을 고려할 때 더욱 엄격히 적용됐다. 남자부 구단 단장이 실제 상금이 존재함을 지적하며 공식 절차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한편 FIVB는 “이번 컵대회에 경쟁적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한시적 개최를 승인했다. 규정을 다시 위반할 경우 추가 징계를 포함한 상금 수여 논란까지 불거지는 등, KOVO 사무국의 국제적 신뢰는 크게 훼손된 셈이 됐다. 스폰서인 NH농협과 여수시, 대회 관계자들 모두 시간과 노력이 손실됐다.
여자부 일정에도 여진이 남았다. 여자부는 21일부터 경기를 시작할 예정이나, 세계선수권 종료 3주 규정에 따라 정상 개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KOVO는 “여자 대표팀은 세계선수권 불참으로 영향이 없다”는 FIVB의 입장을 재확인했으나, 외국인 선수 참가를 위한 ITC 미발급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신무철 KOVO 사무총장은 서둘러 필리핀으로 떠나 상황 수습에 나서기로 했다. KOVO 관계자는 “스폰서와 관계자들에 깊이 사과한다”는 뜻을 전하며, 스폰서 보상 논의는 대회 종료 후 이뤄질 계획임을 밝혔다.
차가운 대기실 풍경과 달리, 마음속 아쉬움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규정과 절차, 계획적 준비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한 시간이었다. 프로배구의 진정한 의미와 역할을 되묻는 여운 속에서, 이번 컵대회는 행정력과 신뢰 회복의 필요성을 조용히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