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왕 재도전 불붙는다”…주민규·홍정호, 리더 본능→K리그 우승 향방 뒤흔든다
더운 숨이 미끄러지던 경기장, 관록이 쌓아온 탄탄한 발걸음이 시즌 후반을 가르기 시작했다. 단조로웠던 전개는 베테랑 한 명의 터치에 갈피를 달리했고, 이 순간을 오래 기다려온 팬들은 다시 한 번 새로운 서사의 문을 두드렸다. 주민규와 홍정호, 세월이 빚은 리더십과 역전의 본능이 묵직한 반향을 타고 그라운드에 번졌다.
2025시즌 K리그 후반부, 30대 중반을 넘긴 베테랑들이 다시 주연으로 부상했다. 대전하나시티즌의 주민규는 2021년과 2023년 득점왕에 올랐던 기세를 이어가며 이번 시즌 총 10골을 성공시켰다. 전진우에 이어 득점 2위에 오른 주민규는 페이스가 잠시 주춤했지만, 특유의 볼 키핑과 위치 선정으로 여전히 위협적인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득점 선두권 재탈환이 현실로 다가온 데다, 주민규가 또 한 번 득점왕을 차지할 경우 K리그 국내 선수 최초 3회 득점왕과 만 35세 역대 최고령 득점왕이라는 새 이정표가 예고된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대전하나시티즌의 창단 첫 1부 우승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수비진의 중심에는 전북 현대의 홍정호가 있다. 시즌 초반 경쟁에서 잠시 밀렸던 홍정호는 탁월한 자기 관리와 경험을 무기로 14경기 선발 출전해 10승 4무라는 압도적 성적을 이끌었다. 전북은 홍정호가 출전한 경기에서 최소 실점 1위(15실점)를 기록했고, 탄탄한 수비 리더십과 라인 조율, 결정적 장면마다의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구단에서는 “선수를 뛰어넘는 리더의 역할”이라는 극찬이 흘러나오며, 팀 내 입지 역시 공고히 다져졌다.
K리그2에서는 수원 삼성의 만능 풀백 이기제가 시즌 팀 내 도움 1위(4개)와 공격포인트 3위의 성적으로 승격 경쟁의 선봉에 나섰다. 특히 성남FC전 후반 추가시간, 결승 프리킥 골로 베테랑의 저력을 증명했다. 이기제의 꾸준한 기여는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빛난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주말 21라운드를 앞두고 새롭게 주목받는 인물로는 미드필더 기성용이 손꼽힌다. 세 차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누볐던 기성용은 10년 몸담던 FC서울을 떠나 포항 스틸러스로 이적해 다시 제2의 전성기 도전에 나섰다. 최근 경기력 변화에 대한 평가가 분분하지만, 박태하 포항 감독은 기성용 영입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출전권을 위한 전략적 카드로 삼았다.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포항에서 기성용이 ‘튜터’로서의 역할도 기대되고 있다.
시즌 막판, 절정의 자리에 놓인 대전, 전북, 수원 삼성의 베테랑들이 승부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우승 트로피의 향방이 다시 노련미와 경험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 팬들은 각 팀의 마지막 질주를 지켜보고 있다.
경력이 쌓인 만큼 깊어진 눈빛, 꺾이지 않는 땀과 인내는 시간이 갈수록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K리그 후반기는 오래된 선수들의 새로운 반란이 이어지는 한 편의 기록이 되고 있다. 2025시즌 K리그 주요 경기는 주말 본경기와 중계 플랫폼을 통해 순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