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기 물 입 헹구기 위험 신호…서울대병원, 비결핵항산균 경고 파장
샤워기 물로 입을 헹구는 평범한 습관이 비결핵항산균 폐질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비결핵항산균은 토양과 수계에 널리 존재하는 환경균이지만, 일단 폐에 침투하면 치료 기간이 길고 재발률이 높아 장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호흡기내과 전문의는 특히 오래된 샤워기 헤드가 세균 증식의 온상이 될 수 있다며, 생활 속 물 환경 관리가 호흡기 감염 예방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고 내다본다.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임재준 교수는 최근 서울대병원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을 통해 가정 내 물 관련 환경과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임 교수는 샤워기 헤드 내부에 비결핵항산균이 부착해 증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샤워할 때 분사되는 미세한 물방울과 에어로졸이 호흡기와 구강에 도달해 폐로 흡입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샤워 도중 샤워기 물로 입을 헹구는 행동을 피하고, 구강 세정은 별도의 깨끗한 수돗물이나 정수된 물을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은 결핵균과는 다른 다양한 마이코박테리움 계열 세균이 폐에 감염돼 발생하는 만성 호흡기 질환이다. 전통적인 의미의 결핵과 달리 사람 간 비말 전파가 거의 보고되지 않고, 주로 환경에 존재하는 균이 개인의 기도 방어력 저하를 틈타 침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 교수는 일반 결핵의 재발률이 약 5% 수준인 것과 비교해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의 재발률은 약 5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동일 가정 내 환자가 여러 명 발생하는 경우에도 직접 전염이라기보다 같은 샤워기, 수도관, 가습기 등 유사한 환경 노출에 따른 발병일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비결핵항산균은 토양, 지하수, 상수도 시스템 등 다양한 환경에 널리 분포하는 환경균이다. 농장·텃밭과 같이 직접 흙을 다루는 작업 현장은 물론, 수도관 내부와 샤워기 헤드, 가습기 물통, 물탱크 등 가정용 물 관련 설비에서도 균이 검출됐다는 보고가 국내외에서 축적되고 있다. 특히 샤워기 헤드는 내부가 습하고 온도 변동이 심해 생물막이 형성되기 쉬운 구조다. 한 번 형성된 생물막에는 세균이 군집을 이루어 붙어 있게 되며, 사용 시 분무되는 물방울을 통해 공기 중으로 쉽게 확산될 수 있다.
임 교수는 이런 점을 근거로 샤워기 헤드를 6개월마다 교체하는 것을 권장했다. 정기적인 분해 세척과 함께 일정 주기 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샤워기 교체 시에는 내부에 침전물이나 이물질이 쌓이지 않는 구조인지 확인하고, 가급적 금속 부품 부식이 적고 세척이 용이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가정용 가습기의 경우에도 물통과 분무부를 자주 세척하고, 장시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완전히 건조시키는 등 물 환경 전반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 의료계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은 진단 과정부터 만만치 않다. 기침, 가래, 피 섞인 가래, 체중 감소 등 증상이 결핵이나 만성 폐질환과 비슷해 초기 단계에서 구분이 어렵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수개월에 걸친 가래 배양 검사, 흉부 영상 검사, 기관지 내시경 검사 등 복수의 검사 결과를 종합해야 한다. 단순 균 검출만으로 질환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며, 영상에서 폐 병변의 분포와 형태, 공동 형성 여부, 임상 증상의 정도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
치료 여부도 일괄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임 교수는 가래 배출 양과 객혈 발생, 병변 범위, 폐 조직에 생긴 공동 유무 등을 고려해 치료 개시 여부가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약제 치료를 시작하면 환자 상태에 따라 수개월에서 최대 2년에 이르는 장기 항생제 요법이 필요할 수 있다. 사용되는 항생제 종류가 많고 병합요법이 일반적이어서 부작용 관리도 치료 전략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여러 비결핵항산균 가운데 마이코박테리움 압세수스는 특히 난치성 병원체로 분류된다. 이 균은 많은 항생제에 내성을 보여 경구제만으로는 치료 효과를 얻기 어렵고, 최소 두 가지 이상의 정맥 항생제를 병합 투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 과정에서 복통, 오심, 간 기능 이상, 피부 착색 등 다양한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어 주기적인 혈액 검사와 증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폐 기능 악화가 지속되거나 제한된 부위에 파괴성 병변이 집중된 경우에는 폐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적 치료가 검토되기도 한다.
높은 재발률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부담이다. 재발은 외부 환경에서 같은 균이 다시 들어오거나, 체내에 미량으로 남아 있던 균이 다시 증식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임 교수는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을 완치 개념보다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치료 후에도 정기적인 영상 검사와 가래 검사, 생활 습관 관리가 뒷받침돼야 재발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한 생활 관리도 강조됐다. 전문가들은 체질량지수, 즉 BMI를 23 전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저체중인 사람은 일반적으로 영양 상태가 좋지 않고 면역력이 떨어져 비결핵항산균 감염에 더 취약할 수 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마른 체형의 중장년 여성에게서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이 비교적 자주 관찰된다는 보고가 있어, 체중 유지와 균형 잡힌 영양 섭취가 치료 전략의 한 축으로 제시된다.
약물 상호작용 관리도 중요하다. 항생제 치료를 받는 동안 일부 한약이나 건강보조제, 보약이 간 대사 경로를 공유해 약효를 떨어뜨리거나 부작용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치료 기간에는 의료진과 상의 없이 보약이나 건강식품을 추가 복용하는 행위를 자제하고, 복용 중인 모든 약제와 보충제 목록을 의료진에게 알릴 것을 권고했다.
의료계는 생활 환경 관리, 체중과 영양 상태 유지, 약제 상호작용 관리가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의 재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물 기반 생활 인프라 전반의 위생 관리가 호흡기 감염 관리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는 만큼, 개인과 가정 차원의 관리 지침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산업계와 보건 당국은 가정용 위생 설비 기준과 환경균 관리 가이드라인 정비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임 교수는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을 두고 장기 관리가 핵심이라며, 체중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샤워기 교체 등 생활 수칙을 꾸준히 지키는 것이 재발을 줄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와 의료계에서는 환경성 호흡기 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만큼, 뒷받침할 제도와 인프라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