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대 첫 정상”…김종명, 그랑프리 챌린지 58㎏급 우승→로마행 확정
힘을 덜어낸 몸짓 사이로 긴장감이 흘렀다. 경기의 중심에는 김종명이 있었다. 세계 무대로 향한 그의 발끝에선 벼랑 끝을 딛고 일어서는 결의가 느껴졌다. 결승전의 문이 열리던 순간, 김종명이 쌓아올린 노력과 자신감이 마침내 빛을 발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월드태권도 그랑프리 챌린지에서 김종명은 용인대를 등지고 남자 58㎏급 결승에 올랐다. 함께 결승에 오른 배준서는 준결승에서의 발목 부상 여파로 마지막 무대를 포기했다. 김종명은 기권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면 대결이 무산돼 아쉬움이 컸지만, 김종명의 진짜 역전 드라마는 준결승에 있었다. 그는 2020 도쿄올림픽과 2022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 비토 델라킬라를 상대로 2-1(6-8 10-9 14-13)로 역전승을 이루며 관중석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극적인 마지막 라운드, 그의 날렵한 움직임과 흔들림 없는 집중력이 세계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올림픽 랭킹 하위 선수들만의 장이 아니라, 규정 개편으로 모든 선수에게 문을 열었다. 체급별 상위 3명에게 내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시리즈 자동 출전권이 주어진 변화 속에서, 김종명이 챔피언의 자리를 차지한 의미는 더 남다르다.
국제대회 두 번째 도전 만에 정상에 오른 김종명은 내년 58㎏급 그랑프리 시리즈에 자동 출전하게 됐다. 올해 초에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준을 꺾으며 결승까지 진출했고, 결승에선 배준서에 아깝게 미치지 못했다. 그 뒤로 그는 2025 세계대학경기대회 대표에 발탁되며 성장 가도를 달렸다.
지금 남자 58㎏급에는 김종명을 포함해 장준, 배준서, 박태준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종명은 이 치열한 구도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2028 LA 올림픽까지 뚜렷한 도전의 뜻을 새겼다. 경기 후 김종명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겨루며 값진 경험을 얻었다. 더 큰 목표를 위해 노력하겠다. 특히 내년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을 정면으로 준비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한편, 남자 80㎏급 서건우와 여자 67㎏급 곽민주 역시 각각 은메달을 차지하며, 국내 태권도가 다시 한 번 세계무대를 향한 저력을 증명했다. 관중들의 박수가 이어진 경기장엔 새로운 기록과 가능성의 여운이 길게 남았다.
잠시의 환호와 숱한 아쉬움이 동시에 스며든 샬럿의 경기장은, 끝내 한 사람의 여정에 조용히 무게를 실었다. 세계무대의 첫 기쁨을 경험한 김종명의 이야기는 내년 로마를 기약하며, 더 넓은 무대로 닿으려는 도전의 발걸음을 남겼다. 2025 월드태권도 그랑프리 챌린지의 시간은 지나갔지만, 김종명의 서사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