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키타카 도입”…여학생, 교내 축구로 뛴다→스포츠 소외 해소 촉진
가벼운 긴장감이 그라운드에 번졌다. 한데 모인 여학생들의 웃음 뒤에는 처음 축구화를 신는 설렘과 조금은 낯선 도전이 공존했다. 그 시간, 자신의 페이스대로 공을 몰고 달리는 장면 하나하나가 생생한 성취감이었다.
7일 오전, 서울 은평구 구산중학교 인조 잔디 운동장은 새로운 움직임으로 채워졌다. 대한축구협회와 나이키가 힘을 모으고, 서울·경기·인천 교육청이 동참한 ‘킥키타카’ 축구 프로그램이 첫 발을 내디뎠다. 축구를 제대로 접하지 못했던 인근 중·고교 여학생 15명이 직접 참여해, 덕성여고 전해림 교사의 지도를 받으며 기본기부터 실전 감각까지 몸으로 익혔다.

경기 초반에는 여학생들이 낯선 동작에 다소 어색해했지만, 반복되는 패스와 트래핑 훈련이 이어지자 점차 자신감을 되찾는 모습을 보였다. 서로에게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고, 미니 경기에서는 작은 승부에 열정이 쏟아졌다. 경기장을 뛴 서연중 1학년 최담이, 이상미 학생은 “일상에서 볼 수 없던 몸싸움, 드리블 모두 축구라서 할 수 있다”며 즐거움을 전했다.
전해림 교사는 “여학생들도 협동과 성취, 건강한 경쟁을 직접 느꼈으면 했다”는 뜻을 전하며, “학교별 2~3명이라도 모이면 작은 경기도 해볼 수 있지 않으냐”고 밝혀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평소는 용기가 있어도 기회를 갖지 못한 학생들이 이번 프로그램의 진짜 주인공이었다.
킥키타카는 남학생 중심의 기존 학교 스포츠에서 벗어나, 여학생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돼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세계보건기구 자료에 따라 2016년 기준 국내 여학생의 신체활동 부족률이 97.2%에 달했던 현실에서, 이는 여학생들에게 더욱 소중한 순간이었다. 학교 내 팀 스포츠 경험 부족, 실력 차이로 인한 위축감 등 평소의 고민은 이날만큼은 운동장 위에서 잠시 접어두었다.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나이키코리아 유현지 책임은 “많은 성인 여성들이 어린 시절 특별한 스포츠 경험 없이 성장하는 현실에 주목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누구나 팀의 구성원이 돼 축구 특유의 협동과 경쟁, 스포츠의 재미를 안전하게 체득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킥키타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22개 거점 학교에서 운영되고, 10회차 훈련과 최종 챔피언십 실전을 제공한다. 여러 지역 여학생들이 부담 없이 팀을 꾸려 뛰는 분위기 속에, 참가자, 교사, 학부모 그리고 남학생 모두가 변화의 물결을 체감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점차 확대된다면, 전국 여학생의 신체활동 균형 개선과 생활체육 문화 저변 확산에도 큰 의미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기본기도 좋고 열정이 있다”며 무엇보다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누군가의 첫 슈팅, 누구의 조용한 패스, 그리고 경기장에 서서히 번지는 환희. 축구장은 소외됨 없는 모두의 공간이었다. 킥키타카는 남녀 모두 어우러지는 생활 스포츠의 새로운 시작점이 돼, 언젠가 전국 운동장에 여학생들의 웃음이 더 크게 번질 날을 기다린다. 대한축구협회와 나이키가 함께하는 이 변화는 각 학교의 현장 속에서 사려 깊고 꾸준히 확장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