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러닝이 관광수요도 예측한다”…야놀자, 인바운드 전략 재편 촉발
딥러닝 기반 수요예측 기술이 여행·관광산업의 전략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가 축적한 빅데이터에 인공지능 모델을 결합해 국가·연령대·목적별 수요를 정밀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항공·숙박 공급과 도시별 관광정책까지 조정하려는 흐름이다. 업계는 AI 수요예측을 활용한 이번 전망을 글로벌 관광 회복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방한 수요를 선제적으로 흡수하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간 격차가 향후 10년 관광 수지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관광산업 전문 연구기관 야놀자리서치는 29일 서울 대치동 야놀자 본사에서 열린 2026 인·아웃바운드 수요예측과 관광 전략 간담회에서 2026년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8.7퍼센트 증가한 2036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딥러닝 기반 수요예측 모델로 계절성 패턴, 환율과 성장률 등 거시경제 변수, 전염병과 외교 갈등 같은 비선형적 외부 충격 요인을 함께 반영했다. 단순 시계열 통계가 아니라 복합 변수를 동시에 학습한 AI 모델을 통해 예측 오차를 줄이려는 시도다.

야놀자리서치가 제시한 인바운드 수요 구조를 보면 중국 615만명, 일본 384만명, 미국 166만명 순으로 방한객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3개국이 전체 방한 수요의 약 67퍼센트를 차지해, 특정 국가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구조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수요예측 모델은 국가별 출입국 통계, 국경 개방 정책, 항공 운항 편수, 검색·예약 패턴을 묶어 학습한 뒤 국가별 체류기간, 재방문율, 계절별 방문 변동성 등을 함께 추정했다.
특히 AI 모델은 국제정세 변화를 핵심 변수로 제시했다. 최근 심화되는 중국·일본 갈등으로 일본 여행을 택하던 중국인 수요 일부가 한국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야놀자리서치가 수행한 시나리오 분석에서 중·일 갈등이 장기화되고 일본에 대한 중국 내 여론이 악화될 경우, 2026년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기본 전망치 615만명을 넘어 최대 700만명까지 확대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전체 인바운드 규모도 2100만명을 상회할 여지가 생긴다.
홍석원 야놀자리서치 수석연구원은 과거 데이터를 통해 AI 모델이 포착한 대체효과를 전했다. 그는 사드 갈등 당시 중국인 관광 수요의 10퍼센트에서 13퍼센트가 일본으로 이동한 패턴이 명확히 확인됐다며 현재의 중·일 갈등 상황은 그 반대 방향으로 수요가 재배치될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 중국의 경우 2024년 하반기부터 시행된 무비자 정책과 항공 공급 회복 효과가 맞물리며,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2019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한국 국민의 해외여행, 즉 아웃바운드 수요는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야놀자리서치는 2026년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 수를 3023만명으로 예측했다. 1년 전보다 2.6퍼센트 증가한 수준이다. 이 추세가 유지되면 연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쓸 것으로 보인다. 인바운드 2036만명과 아웃바운드 3023만명 사이 약 1000만명 규모의 격차가 이어지면서 관광수지 적자 구조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AI 수요예측 모델이 도출한 국가별 아웃바운드 패턴을 보면 일본이 965만명으로 1위를 유지한다. 엔저 기조와 지방 공항 직항 노선 확대가 결합된 영향이다. 일본행 수요는 1년 전보다 4.4퍼센트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베트남은 455만명, 중국은 무비자 효과로 393만명으로 나타났다. 모델은 환율, 현지 물가, 정치·치안 리스크 지수, 항공 운임과 좌석 공급량, 온라인 검색량과 실제 예약 데이터를 복합적으로 학습해 목적지별 선호도 변화를 추적했다.
서대철 야놀자리서치 선임연구원은 해외여행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상위 목적지 국가별로 정책, 외교, 치안, 물가 등의 변수가 다르게 전개되며 전체 수요 예측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여행 소비 기준이 단순 가격에서 안전과 가성비, 경험의 밀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같은 비용이라도 안전하고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목적지로 수요가 쏠리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 인식 연구에서도 국내외 여행 사이의 인식 격차가 확인됐다. 야놀자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해외여행을 새로운 문화와 인생 경험을 얻는 경험적 투자로 인식하는 반면, 국내여행은 휴식과 이동 중심의 기능적 소비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 20대와 30대에서 해외여행 선호가 뚜렷했다. 절반 이상이 상황에 따라 국내여행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답했지만, 해외여행과 동일한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18퍼센트에 그쳤다.
데이터를 세부적으로 보면 국내여행은 교통 인프라, 접근성, 편의시설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숙박, 체험, 문화·공연, 로컬 콘텐츠 등 경험의 깊이를 결정하는 요소에서는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AI 기반 텍스트 마이닝으로 리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국내 여행지에 대한 불만 키워드는 가격 대비 콘텐츠 부족, 체류형 프로그램 부재, 밤 시간대 즐길 거리 부족 등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장수창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이러한 정량·정성 데이터에 기반해 인바운드 소비 부진과 아웃바운드 지출 확대가 동시에 심화되는 구조적 불균형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계상 관광수지 적자 규모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래 세대의 시선이 국내가 아닌 해외로 고정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2030세대의 높은 해외여행 선호는 장기적으로 국내 관광산업 성장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 원장은 불균형 해소를 위해 지역 고유 스토리텔링 강화, 도시 특색에 기반한 프리미엄 테마여행 개발, 유휴 공간 재활용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천편일률적인 조형물 중심 하드웨어 관광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며, 각 지역에 축적된 이야기와 생활 문화를 발굴한 뒤 이를 몰입형 콘텐츠로 재구성해 국내 여행을 새로운 경험의 무대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 관광 상품 기획이 아니라 데이터로 관광객 동선과 선호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설계하는 데이터 드리븐 관광으로의 전환을 뜻한다.
그는 또 해외여행과 직접 경쟁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테마를 중심으로 희소성 있는 자원과 높은 완성도의 서비스 설계를 결합한 프리미엄 테마여행 개발을 제안했다. 폐산업시설, 유휴 건축물, 저이용 공간 등에 남은 시간과 기억을 보존하면서 재해석해 새로운 관광·문화 경험의 무대로 전환하는 전략이 대표적이다. 값이 싸기 때문에 선택되는 국내여행이 아니라 비싸더라도 가고 싶은 이른바 가심비 중심 콘텐츠를 구축해야 관광수지 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계는 인바운드 수요의 공간적 불균형도 구조적 리스크로 본다.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초광역 관광권 전략을 제안했다. 김해와 무안 등 지방 거점 공항에 외항사를 적극 유치하고 일본 세토우치처럼 여러 지역을 묶은 광역 통합 브랜딩을 추진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개별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관광 개발은 파편화와 과잉 경쟁으로 한계에 다다랐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이 서울을 경유하지 않고 바로 지방으로 들어올 수 있는 항공·교통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지방 소멸을 막는 가장 확실한 관광 해법이라고 제시했다. 이는 AI 수요예측 모델이 제시하는 공항별, 도시별 수요 데이터를 정책 설계에 직접 연결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관광업계와 정책 당국은 앞으로 딥러닝 수요예측 결과를 항공 운항 계획, 숙박 공급, 도시 인프라 투자, 문화행사 일정에 반영하는 통합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기술 측면에서는 수요예측 모델의 정확도를 높이고, 데이터 측면에서는 출입국 기록과 카드 결제 데이터, 모바일 위치 정보, 온라인 리뷰 등 이종 데이터를 안전하게 연계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산업계는 AI 기반 수요예측과 지역 스토리텔링, 프리미엄 콘텐츠 전략이 실제 시장에 안착해 인바운드 회복과 관광수지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