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표현, ‘CVID’에서 ‘CD’로 완화”…한미일중러 참여한 ARF 의장성명 신속 채택
북핵 해법을 둘러싼 외교적 신경전 속에서 한미일중러 등 주요국이 참석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이 ‘대화 재개’와 완화된 비핵화 표현을 담아 신속히 채택됐다. ARF 회원국들은 7월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외교장관회의 이후 공동의장성명을 즉시 발표해, 지난해까지 유지된 ‘CVID’ 대신 ‘CD’로 용어 수위를 조정했다.
ARF는 이날 늦게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회의는 최근 한반도 정세에 우려를 표명하고 비핵화된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기 위해 관련 당사국들 간 평화적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대화 지속에서 대화 재개라는 표현으로 변화, 남북 간 교류 단절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의장성명에서는 ‘북한의 모든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준수 촉구’와 함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sation)’ 달성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주목했다. 다만, 북핵 논의의 핵심이던 ‘CVID’(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sation,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표현은 빠지고 ‘CD’로 대체되면서, 북한의 강한 반발을 피해 실질적 대화 재개의 여지를 남겼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북한은 이번 ARF 회의에 최초로 불참해 북핵 규탄과 관련한 직접적인 이견 표출은 없었다. 2024년 의장성명에서 북핵 우려의 주체가 ‘많은 장관들’로 표기됐던 것과 달리, 올해는 ‘회의’로 정리되면서 회원국 모두가 의견을 모았음을 시사했다. ARF 의장성명 발표가 예년보다 최소 2~3일 빨라진 점도 담판 과정에서 별다른 마찰이 없었음을 보여준다.
한편 ARF는 성명에서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항행과 비행의 자유, 평화·안정·번영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또한 주권과 영토 보전의 중요성, 유엔 헌장과 국제법 준수를 거듭 촉구했다.
ARF 의장성명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놓고 용어와 수위 조절을 하며 현실적 접점을 모색한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공조에 기반한 북핵 문제 해법 마련과 비핵화 대화 재개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