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장중 3,900선 돌파”…환율 급등에 하락 전환, 0.98%↓
코스피가 23일 장중 사상 처음 3,900선을 돌파했으나, 환율 급등과 차익실현 매물 증가로 하락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 매도세, 주요 대형주의 약세 전환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와 글로벌 불확실성, 환율 급등세가 당분간 증시 변동에 영향을 줄 것으로 진단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8.12포인트(0.98%↓) 내린 3,845.56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3,835.79에서 출발한 뒤 지수는 오전 한때 3,902.21까지 오르며 사상 처음 3,900선을 넘었으나, 오후 들어 급등한 원·달러 환율과 차익실현 매도세가 맞물려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9.8원 오른 1,439.6원에 마감했다. 기준금리 동결 직후 환율이 상승폭을 키우면서 투자심리가 추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067억 원, 4,000억 원 규모로 동반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7,497억 원어치를 순매수해 매수 주체로 부각됐다.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개인은 2,770억 원을 순매도했고, 외국인(416억 원), 기관(2,881억 원)은 매수 우위를 보였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도 투자심리 약세가 감지됐다. 지난밤 다우존스지수(-0.71%), S&P500(-0.53%), 나스닥(-0.93%)이 일제히 하락했다. 넷플릭스 실적 부진,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미국 소프트웨어 수출 제한 검토 등 불확실성이 시장을 짓눌렀다. 코스피 역시 이러한 글로벌 약세 분위기에서 장 초반 둔화세를 보였으나, 개인 매수세로 반등해 오전 중 3,900선까지 올랐다.
하지만 장중 고점 부담이 커진 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연 2.50%)를 동결한 뒤 환율이 급등하면서 매수세가 약화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장중 기관 매수세에 3,900선을 돌파했으나 곧바로 매도 물량이 출회되며 하락 전환한 모습”이라며 “APEC 정상회담 등 글로벌 협상 기대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시 변동성을 자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금통위 종료 후 환율이 빠르게 오르며 상승분이 대부분 반납됐다”고 설명했다.
시가총액 상위주 가운데 삼성전자(2.13%↓·9만6,500원), SK하이닉스(0.62%↓·47만8,500원) 등이 약세였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4.17%), KB금융(1.89%)은 소폭 올랐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1.54%), 삼성바이오로직스(-0.94%), 현대차(-3.45%), HD현대중공업(-0.69%)도 하락세로 마감했다.
업종별로는 유통(0.36%), 보험(0.59%) 업종이 상승했고, 전기·가스(-3.37%), 증권(-2.20%), 제약(-1.62%), 기계·장비(-1.62%), 의료·정밀기기(-1.60%)는 내림세를 나타냈다.
코스닥지수도 7.12포인트(0.81%) 하락한 872.03에 마감했다. 개인 투자자 순매수(1,700억 원)에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224억 원, 135억 원 매도 우위로 나타났다. 알테오젠(0.33%), 파마리서치(0.18%)는 소폭 상승했으나, 에코프로비엠(-3.51%), 에코프로(-6.75%), 레인보우로보틱스(-1.92%), 펩트론(-1.91%) 등은 약세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15조9,951억 원, 코스닥은 7조7,438억 원이었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총 거래대금도 9조582억 원으로 집계됐다.
향후 정책 방향과 시장 안정성은 글로벌 이벤트와 환율, 금통위 등 경제 변수에 따라 좌우될 것이란 평가다. 시장에서는 다음 주 예정된 APEC 정상회담 등 주요 이벤트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