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위약금 면제에 추가 지원”…SKT 이탈 경쟁, 통신시장 재편 신호
IT/바이오

“위약금 면제에 추가 지원”…SKT 이탈 경쟁, 통신시장 재편 신호

윤선우 기자
입력

SK텔레콤의 위약금 면제 결정이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구도에 불을 지피고 있다. 번호이동 시장에서 SK텔레콤 이용자가 일주일 새 5만8000여 명 가까이 빠져나가며, 경쟁사는 이를 기회 삼아 공격적인 고객 유치 마케팅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통신3사 시장 점유율 구도가 일정 기간 뒤바뀔 분수령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이동통신 시장 변동은 SK텔레콤이 지난 4월 해킹 사고 이후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를 겪은 뒤, 6월 5일 24시부터 14일 24시까지 자사 이탈 고객을 대상으로 위약금 전액 환급정책을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위약금은 통상 약정 기간 내 번호이동 시 가입자가 부담하는 금액이다. SK텔레콤은 예외적으로 이 기간에 한해 해당 비용을 환급키로 했고, KT와 LG유플러스는 이를 적극 홍보하며 SK텔레콤 고객 유치전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KT와 LG유플러스 대리점은 ‘SK텔레콤 위약금 면제’ 문구를 전면에 내세우고 이동 고객에게 추가로 최대 10만원까지 지원금을 주는 프로모션을 벌였다. 일부 유통점은 결합상품 해지 시 발생 가능한 추가 위약금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한다고 홍보하며 고객 이탈을 가속화했다. 실질적으로 신규가입 보조금 외 프로모션 형태의 지원금과 결합상품 해지까지 언급하는 마케팅은 번호이동 시장의 경쟁 강도를 강화하는 대표적 신호다.

 

이 같은 마케팅 공세로 SK텔레콤에서 KT로는 2만7893명, LG유플러스로는 2만9945명이 이동했다. SK텔레콤도 맞대응 차원에서 8월 요금 50% 인하, 연말까지 매달 50GB 데이터 추가 제공 등 적극적인 가입자 방어 정책을 내놨다. 해당 기간 KT와 LG유플러스로 넘어갔던 수준에 버금가는 고객이 일시적으로 SK텔레콤으로 유입되는 카운터 효과도 나타났다.

 

글로벌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마케팅·보조금 경쟁이 단기 가입자 쏠림을 반복 유발했고, 지난해 미국·일본 등 주요국 역시 해킹·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이탈 대비 가입자 방어 정책 강화에 나서며 유사 사례가 관측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새로운 규제와 시장 안정화 필요성이 더 강조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이통3사의 공격적 마케팅과 허위·과장 광고, 불법 지원금 지급 등 이용자 피해 우려를 경계하며 실태점검에 착수했다. 방통위는 각 사 마케팅 담당 임원을 소집해 “법 위반 적발 시 관련 조처를 엄정히 하겠다”고 경고했다. 단기적으로 시장 쏠림은 가능하나, 과도한 마케팅 경쟁은 궁극적으로 소비자 선택권과 시장 구조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지적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통신사 해킹·개인정보 유출 등 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정부·업계의 단기적인 대처만 반복됨을 지적하며 “향후 이통시장 구조 자체의 투명성 강화와 이용자 보호 기준 확립이 지속가능한 산업 발전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통신3사의 ‘위약금 경쟁’이 과연 시장 안정화 단계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윤선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sk텔레콤#kt#lg유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