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순매수 80% 급감”…국내 증시 강세에 투자금 회귀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는 가운데, 최근 한 주간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이 80% 가까이 감소했다. 시장 유동성을 보여주는 투자자예탁금 역시 74조 원을 돌파하며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해 자금이 국내 증시로 크게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시 내부에 ‘3저(低) 호황’ 효과가 지속될지와 금리, 무역 변수에 따라 시장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1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9일부터 15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1억9,600만 달러(2,717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주(2∼8일) 9억5,300만 달러(1조3,182억 원)보다 79.4% 감소한 수치다. 최근 국내 증시가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과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을 등에 업고 연일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 자금 이탈의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코스피는 6월 16일 3,449.62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 유동성도 크게 불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1일 68조4,772억 원에서 15일 74조7,643억 원으로 단기간에 6조 원 넘게 증가했다. 이는 2022년 1월 27일(75조1,100억 원) 이후의 최고 수준이다. 예탁금은 증권사 계좌 내 현금성 자금으로, 투자 열기가 확산될 때 급격히 불어나는 경향이 있다.
팬데믹 및 AI 붐 때 인기를 끌었던 미국 주식 투자는 지난해 국내 증시 부진 국면에서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았으나, 최근 국내 증시 강세 전환에 따라 투자금 흐름이 다시 국내로 집중되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달러 약세, 저유가, 저금리 등 이른바 ‘3저(低)’ 호황 현상이 40년 만에 재현된 시기로 평가했다. 이은택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약세, 저유가, 저금리의 장기화가 국내 증시에 추가 상승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6월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의 금리 결정과 한미 간 관세 협상 난항 등의 대외 변수는 위험 요인으로 거론된다. 신한투자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FOMC를 앞두고 경계심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관망세가 우세할 수 있으며, 추가 상승 여부는 관세 협상 진전과 3분기 기업 실적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주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 한미 관세협상 등 대외 불확실성이 부각돼 있다. 투자자들은 글로벌과 국내 주요 경제 이벤트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향후 정책 방향과 증시 흐름은 경기·수출 지표 및 주요 현안에 좌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