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그리고 분단의 시간”…고성에서 만나는 두 얼굴의 여행
여름이 무르익는 7월, 동해의 푸른 파도와 남북의 아픈 경계가 맞닿은 고성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한때는 뉴스에서만 이름을 듣던 최북단 접경 도시였지만, 이제는 바다와 역사가 공존하는 특별한 여행지로 기억되고 있다.
고성을 여행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단순히 안보 관광지로 여겼지만, 요즘은 맑은 바다와 고요한 숲길, 그리고 분단의 풍경을 탐방하는 감성 여행이 일상이 됐다. 그만큼 여행자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고성 곳곳의 숨은 의미를 응시한다.
여행의 첫머리에 적어볼 만한 곳은 통일전망대다. 지난 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망원경 너머 북한 금강산과 해금강을 바라보며 분단의 현실을 깊이 체감한다. 한 여행자는 “그곳에서 바람을 맞으니, 평화가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문득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고성군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통일전망대, 화진포, 송지호를 찾는 방문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가족 단위와 청년 여행객이 자연 체험과 역사 탐방을 동시에 즐기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청정 석호가 펼쳐진 화진포와 송지호에는 휴양과 사색을 겸하려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무심코 걷던 왕곡마을 골목길에서는 옛 북방의 전통 가옥과 살아있는 마을의 일상이 여행의 온도를 높인다.
고성의 매력은 숨 가쁜 스펙터클이 아니라, 삶의 결을 천천히 곱씹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아야진, 명파해변에서 맞는 한적한 시간, 해가 질 무렵 청간정에 서서 동해의 일출과 일몰을 바라보는 순간마다 여행자는 지난날과 오늘의 감정에 젖어든다.
지역의 한 해설사는 “고성은 자연만 있는 여행지가 아니라, 평화와 공존의 상징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분단의 상처를 품은 동해의 파도처럼, 고성에서의 하루는 잊기 어려웠다”, “아이들과 역사 이야기를 나누며 바닷가를 걸으니 마음이 깊어진다”는 소감이 이어진다.
사소한 풍경, 낮은 담벼락, 살아있는 민속마을과 담수호의 고요함, 그리고 망원경으로 내다본 저 너머의 북한 땅. 고성 여행은 바다를 끼고 있지만, 그곳에서 보이는 시간의 결은 조금 다르다. 자연과 과거, 그리고 평화에 대한 염원까지 품은 이 도시에서, 여행자들은 오늘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는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