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사진과 새 CEO”…KT, 거버넌스 재편 노린다
KT가 차기 대표이사 선임 작업과 동시에 사외이사 교체에 착수하며 지배구조 전면 재정비에 나섰다. 5세대 이동통신과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대형 통신사가 이사회 구조와 최고경영자 인선을 함께 바꾸려는 시도라서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특히 전임 정부 시절 구축된 이사회 구성이 상당 부분 교체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공기업 출신 통신사의 민간 지배구조가 한 단계 전환점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KT는 19일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 공고를 내고, 이날 기준 6개월 이상 KT 주식을 1주 이상 보유한 주주를 대상으로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을 받는다고 밝혔다. 접수 기간은 19일 오전 9시부터 26일 오후 6시까지다. 주주는 1인 이상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추천할 수 있으며, 방문 또는 등기우편으로 접수해야 한다.

이번 공모를 통해 채우려는 분야는 미래기술, ESG, 회계, 경영 네 축이다. 통신 인프라 운영을 넘어 인공지능 기반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디지털 헬스, 모빌리티 등 신사업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 규제·관료 중심의 이사회 구성에서 기술·투자 관점의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ESG와 회계 역량을 전면에 내세운 점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이와 연계된 재무 구조, 그리고 데이터·환경 규제 대응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사외이사 예비후보는 상법과 KT 정관에 따른 결격 사유가 없어야 한다.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KT는 통신·미디어·클라우드·AI 등 미래기술, 지속가능경영을 포괄하는 ESG, 회계·재무, 경영 관련 분야에서 충분한 실무 경험 또는 전문지식을 중점적으로 보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특정 이해관계에 종속되지 않고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지, 윤리의식과 책임성을 갖췄는지, 상근에 준하는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 수 있는지도 심사 기준에 포함했다.
KT는 주주 추천과 외부 전문기관 추천을 토대로 사외이사 후보군을 구성한 뒤, 인선자문단과 이사후보추천위원회 평가를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할 계획이다. 최종 사외이사 후보로 추려진 인사에게만 개별 통지하며, 선정되지 않은 지원자에게는 별도 통보를 하지 않는다. 최종 후보자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이사와 함께 공식 선임되며, 새로운 이사진 구조가 정비된다.
현재 KT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8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는 2023년 대표이사가 구현모 전 대표에서 김영섭 현 대표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대거 물갈이된 바 있다. 당시 사외이사 7명이 일괄 사퇴하며 현 사외이사들이 모두 신규 선임됐고, 2022년 3월 최초 선임된 김용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만 유임됐다.
현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최양희 한림대 총장 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부사장,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 이사, 이승훈 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 조승아 서울대 교수 등은 대부분 2023년 6월 첫 선임된 인물이다. 사내이사인 김영섭 KT 대표와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도 2023년 8월 합류했다.
이번 사외이사 공모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종료되는 최양희 총장, 윤종수 전 차관, 안영균 이사, 조승아 교수 등 4명의 공석을 채우기 위한 절차다. 나머지 4명의 사외이사는 올해 3월 재선임되며 2028년 3월까지 임기를 연장했다.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이 형식적 공모를 거친 뒤 사실상 자기 추천으로 연임하는 구조가 도마에 올랐고, 셀프 재선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당시 연임 논란을 의식해 내년 임기가 끝나는 4명의 재선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신임 사외이사가 대거 합류할 경우, 차기 대표이사와 함께 KT 중장기 전략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설계할 수 있는 새 거버넌스 조합이 출범하게 된다. 특히 통신과 데이터 인프라를 기반으로 AI, 클라우드, 플랫폼 비즈니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감독 기능이 강화될 수 있을지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KT는 공고를 통해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주주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는 공고에서 KT의 지속 성장과 기업가치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최적의 후보 추천을 요청하며, 주주 참여를 강조했다. 주주 추천제를 통해 외부 전문성을 넓히면서도, 이해관계 충돌을 배제하는 필터를 적용해 통신 인프라 기업으로서의 공공성과 상장사로서의 수익성 사이 균형을 맞추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편 KT는 지난 16일까지 차기 대표이사 공개 모집을 끝내고 총 33명의 후보군을 마련했다. 대표이사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현재 8명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새 대표이사 추천 작업은 현 사외이사들이 주도하고, 그 이후에 새 사외이사가 합류하는 구조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연내 최종 대표이사 후보 1인을 선정해 이사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최종 후보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통신과 데이터 인프라가 국가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은 가운데, KT의 이번 이사회 개편과 CEO 선임이 국내 ICT 산업의 거버넌스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산업계는 새 이사회가 규제 환경 변화와 기술 투자 리스크를 균형 있게 관리하며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