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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동지급 갈등”…크래프톤, 美 자회사 경영진에 3447억원 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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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동지급 갈등”…크래프톤, 美 자회사 경영진에 3447억원 피소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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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동지급(Earn-out) 조건을 둘러싼 해석 차이로 크래프톤이 대규모 법적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국내 대표 게임사인 크래프톤이 미국 자회사 언노운월즈 엔터테인먼트의 전 경영진으로부터 344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및 계약상 의무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당하면서, 글로벌 M&A 후처리 과정에서의 리스크가 업계 중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쟁을 국내 게임사의 글로벌 확장 전략의 시험대로 해석한다.

 

크래프톤은 24일 공시를 통해, 언노운월즈의 전 주주 대표인 포티스 어드바이저스가 미국 델라웨어 형평법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발표했다. 청구액은 크래프톤 자기자본의 5.05%에 달하는 3447억 7500만원에 이르며, 사안은 2021년 이뤄진 언노운월즈(대표작 ‘서브노티카’) 인수 당시 체결된 주식매매계약의 성과연동지급 조항을 둘러싼 계약 해석이 중심이다. 원고 측은 인수 조건 중 운영성과에 따라 추가로 최대 3437억원(당시 환율 기준 2억 5000만 달러)까지 지급받기로 한 Earn-out 조항이 이미 충족됐다며, 크래프톤이 약정한 금액과 주식매매계약상의 의무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크래프톤이 이달 초 ‘서브노티카 2’ 개발 지연 책임으로 언노운월즈 창립멤버 및 전 경영진을 해임하며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점도 특징이다. 창업자 찰리 클리블랜드 전 CEO, 테드 길, 맥스 맥과이어 등 경영진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집단 소송 사실을 공개했다. 크래프톤은 “법적 절차에 따라 원고 청구에 적극 반박할 것”이라며, 분쟁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성과연동지급(Earn-out)은 M&A 업계에서 잦은 분쟁 요인으로 꼽힌다. 인수 후 일정 조건 도달 시 추가 지급 방식인데, 성과 기준 산정·경영권 변동 등 해석 차가 빈번하다. 크래프톤의 사례와 같이 실물 경기 침체, 글로벌 시장 변화 속에 국내 기업들의 해외 자회사 관리와 법적 대응 역량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는 대형 퍼블리셔와 개발사 간 인수합병(M&A) 이후 Earn-out 분쟁이 반복돼 왔으며,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에선 표준계약 및 분쟁 조정 절차가 다각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스튜디오 인수를 강화해왔으나, 계약 관리 역량 강화 필요성도 동시에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성과연동 방식은 인수 이후 ‘합의된 공동 목표’에 대한 신뢰와 해석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경우,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또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도 유사한 Earn-out 분쟁에서 법원 판결이나 중재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과 언노운월즈 전 경영진간의 법적 분쟁 결과와 절차는 향후 국내 게임사를 비롯한 IT기업의 해외 인수 전략과 후속 관리, 그리고 글로벌 시장 진입 장애 요인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계는 이번 소송이 실제 기업 글로벌화의 리스크로 작용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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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언노운월즈#성과연동지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