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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34 극적 재도전”…우상혁, 도쿄에서 은빛 비상→역사 다시 썼다
스포츠

“2m34 극적 재도전”…우상혁, 도쿄에서 은빛 비상→역사 다시 썼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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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시도, 두 손에 흐르는 땀마저 느껴질 듯한 서늘한 긴장 속에서 우상혁은 스스로의 이름을 속삭였다. 관중의 열기와 기대가 하나로 모인 결승 바 앞, 그는 2m34의 벽을 넘었고, 그 순간 두 번 째 세계선수권 메달의 역사가 완성됐다. 은빛 메달을 목에 건 우상혁의 눈빛엔 아쉬움과 자부심이 교차했고, 새로운 한국 육상 신화가 또 한 번 피어올랐다.

 

우상혁은 16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5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4를 기록하며 해미시 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2022년 미국 유진 대회에 이어 다시 한 번 은메달을 수확하며,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두 번째 메달을 기록하는 주인공이 됐다.

“2m34 대역전 드라마”…우상혁, 도쿄 세계선수권 은메달 획득 / 연합뉴스
“2m34 대역전 드라마”…우상혁, 도쿄 세계선수권 은메달 획득 / 연합뉴스

결승의 흐름은 시작부터 견고했다. 총 13명 중 우상혁은 2m20, 2m24를 모두 1차 시기에, 2m28과 2m31을 2차 시기에 차례로 넘어서며 최상 컨디션을 입증했다. 2m34 높이에서 1, 2차 시기 연속 실패 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주문을 반복하던 우상혁은 3차 시기에 마침내 바를 넘었다. 이 순간 해미시 커 역시 같은 높이를 3차 시기에 성공하며 결선은 두 선수의 피말리는 접전이 됐다.

 

치열함은 2m36에서 갈렸다. 해미시 커가 1차 시기에서 바를 넘은 반면, 우상혁은 끝내 바를 넘지 못했다. 2m38의 높이에도 도전했지만 아쉬운 실패가 이어졌고, 우상혁은 은메달을 확정했다. 반면 이번 대회로 한국 선수의 세계육상선수권 메달 집계는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늘었고, 우상혁은 한국 최초로 세계선수권 2회 메달리스트가 됐다.

 

그의 올 시즌 여정 또한 화제였다. 2월 체코와 슬로바키아, 3월 난징 실내시리즈를 모두 석권하며 기세를 높인 우상혁은, 5월 구미 아시아선수권과 6월 로마, 7월 모나코 다이아몬드리그까지 총 7개 국제대회 연승을 달렸다. 특히 해미시 커와의 맞대결에서는 4전 전승이란 기록도 남겼다. 그러나 8월, 예기치 못한 종아리 근막 손상으로 국가 대표 대회 불참과 2주간의 치료를 겪었고, 컨디션 조율에 나서야 했다.

 

경기 직후 우상혁은 “금메달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부상 때문에 아쉬움이 남지만, 보내주신 응원에 감사드린다”며 “내일부터 다시 뛰겠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부상과 불안, 그리고 강한 경쟁자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던 그의 집중력은 더욱 깊은 울림을 남겼다.

 

도쿄에서의 여정은 우상혁에게 또 다른 인내의 시기였다. 1위 자리는 놓쳤으나, 그의 발걸음이 남긴 자국은 한국 육상 도약의 이정표로 남았다. 숨죽인 순간, 큰 박수로 채워진 경기장을은 마지막까지 그를 환호했다.

 

두 손 가득 묵직한 은메달, 살아 있는 기록의 증명. 우상혁의 이번 도약은 단순한 승부를 넘어, 스스로와의 싸움이었다. 그의 다짐처럼 더욱 세심한 관리와 집념으로, 다음 도약이 이어질 전망이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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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혁#도쿄세계선수권#해미시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