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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대나무 숲과 정원 산책”…담양에서 만난 계절의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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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대나무 숲과 정원 산책”…담양에서 만난 계절의 여운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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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담양을 찾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예전에는 여행지라기보다 한적한 시골 풍경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대나무 숲과 전통 정원에서 보내는 고요한 산책이 도시인들의 소박한 힐링이 됐다. 사소해 보여도 마음을 덮는 푸른 풍경 안에, 지친 일상을 한 박자 쉬어가는 여유가 담겨 있다.

 

푸르른 대나무 숲으로 가장 유명한 담양의 죽녹원. 숲길이 여러 갈래로 이어지고, 댓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와 부드러운 햇살이 걷는 사람을 감싼다. SNS에는 “죽녹원을 걷다 보면 마음 깊이 맑아지는 기분”이라는 인증이 이어지고, 이른 아침이나 저녁놀이 숲에 스며들 때의 빛은 오롯이 그곳을 걸은 이들만의 기억이 된다. 자연의 생명력이 사방에 흐르며, 어지러운 일상에서는 좀처럼 마주치지 못했던 평온이 스며든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담양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담양

죽녹원에서 한 걸음 옮기면 소쇄원에 닿는다. 조선 중기 학자 양산보가 은둔하며 가꾼 이 원림에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지혜”가 오래도록 내려온다. 소쇄원의 깊은 고요함, 계곡물 소리, 그리고 담장을 타고 흐르는 녹음은 선비들의 사색처럼 한적하다. 최근 방문객 중에는 “임시로라도 내 삶에서 가장 고요한 순간을 느꼈다”는 이들도 많다. 영조 31년 그려진 ‘소쇄원도’를 찬찬히 떠올리며, 흘러간 시간과 여운을 곱씹는 시간이다.

 

죽화경은 조금 더 현대적인 감각이 녹아든 정원예술원이다. ‘순수정원’이라는 이름처럼 봄엔 데이지와 장미, 여름이면 푸르른 유럽수국이 가득하다. 잘 정돈된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꽃을 배경 삼아 사진을 남기는 가족, 친구, 연인들의 모습도 무심코 포착된다. 방문객들은 “정원마다 계절의 색이 달라 매번 새로운 풍경을 만난다”고 표현했다.

 

이런 변화는 관광 통계에서도 감지된다. 최근 전라남도 문화관광재단 조사에 따르면, 담양의 죽녹원과 전통 원림을 찾는 연령층이 20~30대까지 넓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한적하게 걷는 여행’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이른 아침 산책이나 정원에서의 힐링 체험을 목적으로 담양을 찾는 이가 꾸준히 늘고 있다.

 

여행 분석가 심효진 씨는 “담양의 매력은 자연과 인간의 흔적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는 데 있다”며 “빠르고 복잡한 세상에서 자신과 조용히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하는 이들에게 담양의 대나무 숲과 정원은 ‘숨 쉴 틈’이 돼준다”고 느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사진만 봐도 숲향이 느껴져서 당장 떠나고 싶다”, “예쁘고 조용해서 다음엔 엄마랑 다시 가고 싶다”는 따뜻한 공감이 쌓인다. 가족 단위 여행객부터 혼자 떠난 여행자까지, 저마다 담양에서 얻은 작은 쉼을 이야기한다.

 

담양의 풍경 속에서는 보채는 일도, 복잡한 약속도 없는 하루를 온전히 선물받는 기분이 든다. 죽녹원의 깊은 녹음, 소쇄원의 고즈넉함, 죽화경의 다채로운 꽃길.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에 발을 딛고 서면, 여행이란 일상에 놓친 여백을 천천히 되찾는 일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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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죽녹원#소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