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빅테크, AI 인프라에 3,200억 달러 집행”…AI 버블 우려 속 투자경쟁 격화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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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7일, 미국(USA) 등 글로벌 주요국에서 아마존(Amazon), 메타(Meta),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구글(Google) 등 4대 빅테크가 합산 3,200억 달러(약 440조 원)를 인공지능(AI) 인프라에 투자 중인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은 데이터센터와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를 위해 전례 없는 자본지출을 진행하고 있으며, AI 산업의 성장 기대 이면에는 수익성 불확실성, 과잉 투자를 둘러싼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메타는 오는 2028년까지 6,000억 달러를 AI 인프라 구축에 투입할 계획이다. 오픈AI(OpenAI)와 오라클(Oracle)은 별도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Stargate)’에 5,000억 달러를 베팅한다. 아마존 역시 향후 두 분기에만 300억 달러가 넘는 예산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으며, 이들의 투자 규모는 핀란드의 연간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다.

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구글, AI 인프라에 3,200억 달러 베팅…거품 우려 확산
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구글, AI 인프라에 3,200억 달러 베팅…거품 우려 확산

이처럼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는 AI 경쟁력 선점이 미래 산업의 승패를 결정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AI 솔루션이 실질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강하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에 따르면, 조기 도입 기업의 95%가 아직 투자수익(ROI)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탠퍼드대와 베터업랩스가 ‘워크슬랍(workslop)’이라 칭한 AI로 인한 업무 품질 저하 현상도 논란거리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투자가 과거 닷컴 버블처럼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감이 감지된다.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는 “AI 투자 열기가 올해 GDP 증가에 소비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지만, 과잉투자가 이어질 경우 2000년대 초반과 유사한 충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 19세기 철도산업과 2000년대 초 광케이블 투자 과열은 금융 위기와 대규모 기업 파산으로 연결된 사례가 있다.

 

반면, 업계 일부에서는 대규모 투자가 장기적으로 산업 지형을 혁신하는 발판이 될 것이란 낙관론도 공존한다.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 세라 프라이어(Sarah Friar)는 “지금은 19세기 철도 건설 초입과 비슷한 시기”라며 “초지능 네트워크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오픈AI는 올해 연매출이 13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이나, 오라클과의 데이터센터 계약으로 연간 600억 달러의 비용 부담도 안고 있다.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mpany) 등 컨설팅 기업들은 “2030년까지 매년 5,00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실질적 이익 달성을 위해서는 2조 달러 수준의 매출 창출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는 현재 AI 도입을 통한 비용 절감분보다 최소 8,000억 달러 많은 규모다. 수익 모델 확립이 지연될 경우 산업 전체가 구조적 적자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월가와 글로벌 금융사는 앞다퉈 AI 인프라 투자 지분에 참여 중이다. 오라클은 올해 180억 달러의 채권을 발행해 데이터센터 용도로 조달했고, 코어위브(CoreWeave), 메타, 엔비디아(Nvidia) 등도 대규모 자금 유치를 통해 설비 확장과 GPU 판매, 상호 수요 촉진의 순환 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AI 인프라 확장은 실물경제도 압박하고 있다.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로 인한 전력·수자원 사용이 미국 전력망에 추가 부담을 안기고 있다. 맥킨지앤드컴퍼니(McKinsey & Company)는 “과잉투자시 대규모 자산 매몰, 과소투자는 경쟁력 상실을 야기한다”며, 균형적 투자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빅테크 간 AI 패권 쟁탈전이 한층 과열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이성적 조절에 나설지에 대해 시장은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매체들은 “AI 투자 열풍이 21세기 뉴딜”이라며 산업 성장 기대를 전하면서도 “거품 신호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AI 생태계가 내실 성장보다 과도한 외형 확장에 치우칠 경우, 글로벌 기술·금융시장 전체가 요동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합전이 향후 산업 경쟁질서와 실물경제에 어떤 구조적 변화를 몰고올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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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메타#ai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