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호 태블릿PC도 최서원 소유"…2심 법원, 국가에 반환 명령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의 뇌관이 됐던 태블릿PC를 둘러싸고 국가와 최서원 사이 법적 공방이 다시 법원 판단에 부딪혔다. 2심 법원도 장시호 태블릿PC의 소유권을 최서원에게 인정하면서, 수사 증거물의 반환을 둘러싼 정치·법적 논쟁이 한층 확산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항소5-1부 소병진 김용중 김지선 부장판사는 19일 최서원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유체동산 인도 소송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보관 중인 장시호 태블릿PC를 최서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태블릿PC는 2016년 10월 장시호가 자택 금고에서 현금, 주식, 각종 문건과 함께 들고 나온 물건 가운데 하나로, 당시 최서원의 부탁으로 반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박영수 특검팀은 폐쇄회로TV 영상 등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한 뒤 장시호를 추궁했고, 장시호는 2017년 1월 해당 태블릿PC를 특검팀에 임의 제출했다.
이 태블릿PC는 JTBC가 입수해 보도했던 이른바 JTBC 태블릿PC와는 다른 기기다. JTBC 태블릿PC는 언론 보도를 통해 국정농단 의혹이 본격 불거지는 계기가 된 물증이었고, 장시호 태블릿PC는 이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확보된 증거물이다.
최서원은 장시호 태블릿PC에 대해 "내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그는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태블릿이 사실상 자신의 물건으로 간주돼 중형 선고의 근거가 됐다고 주장하며,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반환을 통해 조작 논란을 직접 검증하겠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그동안 "언론에 의해 내 것으로 포장돼 감옥까지 갔으니 정말 내 것인지 확인하겠다"고 강조해왔다.
1심 재판부는 2023년 7월 판결에서 최서원 청구를 받아들였다. 당시 재판부는 태블릿PC의 구입 경위, 사용 내역 등을 종합해 "원고가 이 태블릿PC를 직접 구입해 사용한 소유자"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이 태블릿PC 소유자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헌법에 보장된 방어권 행사 차원에서 불리한 증거물을 부인한 것일 뿐, 민사 소유권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같은 취지로 판단하면서, 형사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증거를 부인한 사정과 민사상 소유권 판단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국가가 소유권 없는 물건을 계속 보관할 근거가 없다고 보고, 특검팀이 보관 중인 태블릿PC를 최서원에게 인도하라고 결정했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최서원이 반환을 요구한 태블릿PC는 모두 두 대다. 하나는 이날 재판의 대상이 된 장시호 태블릿PC이고, 다른 하나는 JTBC 기자가 수사기관에 임의 제출해 형사재판 증거로 사용된 JTBC 태블릿PC다.
JTBC 태블릿PC에 대해서도 법원은 최서원의 손을 들어줬다. 최서원은 이 기기에 대해서도 국가를 상대로 유체동산 인도 소송을 제기했으며,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다. 2023년 12월 대법원은 국가의 상소를 심리불속행 기각하면서 하급심 판결을 확정했고, 이에 따라 국가 패소가 최종 결정됐다.
최서원은 대법원 판결 확정 이후인 2024년 1월 딸 정유라를 통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부터 JTBC 태블릿PC를 인도받았다. 이로써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주요 증거로 활용된 두 대의 태블릿PC 모두 최서원 측으로 돌아가게 되는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정치권에선 태블릿PC 반환 판결이 국정농단 사건의 본질을 흔들 사안은 아니라는 반응과, 증거 수집과 보관 과정 전체를 다시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다만 법원 판단이 소유권 분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형사재판에서 이미 확정된 국정농단 유죄 판단이 곧바로 흔들리긴 어렵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향후 태블릿PC를 실제로 분석하는 과정에서 조작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서원은 이미 여러 차례 "태블릿PC 실물과 데이터, 사용 내역을 직접 검증해 특검과 언론의 책임을 따지겠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법원 판결로 장시호 태블릿PC까지 반환 대상에 포함되면서, 수사 증거물의 처리와 피의자 방어권의 경계, 그리고 정치 사건에서 디지털 증거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과 법원은 향후 유사 사건에서 증거물 보관과 인도 기준을 보다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